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집단감염과 사망자가 속출하는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의 실태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 병원은 정신의학과 폐쇄병동 입원자 102명 가운데 100명이 신종 코로나에 집단 감염됐고, 이들 가운데 7명이 사망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폐쇄병동 입원실이 온돌방이어서 밀집된 생활을 하다 감염병이 확산됐고, 이후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자가 속출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대남병원 폐쇄병동의 거의 다인실이었고 정신병동 특성상 서로 모여 식사도 하는 등 접촉이 많다”며 “환기 문제나 폐쇄병동이라 좁은 실내에서 많은 이들을 접촉해 감염률이 높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입원 환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생활하다 보니 바이러스가 퍼지기에 최상의 여건이었다는 얘기다. 실제 이 병원이 24일 공개한 내부 사진에서도 정신병동은 침대가 있는 입원실이 아닌 온돌방으로 운영된 모습이 확인됐다.
대남병원과 같이 폐쇄병동 입원실을 온돌방으로 운영한 병원에서 근무했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A씨는 “대개 온돌방 입원실은 8~9인실로 운영되는데 많을 때는 20명까지 수용한다”며 “솔직히 입원실이 아니라 집에 갈 수 없는 환자들이 장기투숙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현행법상 정신병원에서 입원실을 온돌방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정신의료기관의 입원실 시설은 의료법이 아닌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해 관리되는데, 바닥면적에 대한 규정만 있다. 이 때문에 최소 1.5m 이상으로 규정된 의료법 상 병상 간 거리(이격)를 지킬 의무가 없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B씨는 “온돌방 입원실은 병원의 이해가 걸려 있어 손을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귀띔했다. 많은 환자를 유치해 이윤을 남기려는 병원 측의 경영방식이 자리 잡은 결과라는 의미다. 인천의 한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니 관행적으로 온돌방을 운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대남병원 측은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청도대남병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정신병동 입원환자들이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외박, 외진, 면회 등 총 25차례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신종 코로나에 집단 감염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대남병원 상황이라면 앞으로도 중증 환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대남병원은 100명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뒤 지난 22일 건물 전체를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환자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대남병원은 최근 정신질환자가 아닌 암환자를 포함한 일반병실 중증환자 12명을 정신병원인 국립부곡병원으로 옮겨 물의를 빚었다. 정 본부장은 “현재 확진환자 가운데 중증 환자가 14명이며 여기에는 대남병원 환자가 10명이 포함돼 있다”며 “이 중 심각한 상태에 있는 6명 중에도 대남병원에서 이송된 환자가 2명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이 이 말을 한 뒤 질병관리본부는 신종 코로나 10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58세 남성이었다. 지금까지 대남병원 관련 사망자만 이번이 7번째다.
한편 대남병원은 2010년 이사장의 횡령 등으로 부산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당시 부산 최대 사회복지법인 구덕원이 세운 병원으로 확인됐다. 구덕원을 설립한 이사장은 현 대남병원 이사장의 어머니로, 공사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청도=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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