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 팔아 애국지사 후손 돕는 ‘도화지’
강제징용 등 8년째 역사 바로알리기 캠페인
“애국지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 이 쿠키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을까요?”
전국 대학생과 청소년 400여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하나가 3ㆍ1절을 앞두고 특별한 디저트 판촉에 나섰다. 역사 동아리 ‘도화지’의 진민식(27ㆍ전북대 철학과) 대표와 그 회원들이 주인공.
이들은 작년 말 ‘프로젝트 ㄱ’이란 모임을 결성해 현재 온라인에서 마카롱과 쿠키를 판매하고 있다. 달콤한 쿠키를 맛볼 수 있는 지금 세상은 대한민국을 위해 몸 바친 독립운동가의 희생으로 가능했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캠페인으로, 역사 속에서 잊혀진 애국지사의 발자취를 알리는 홍보 활동이기도 하다.
진 대표는 “판매 수익금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며 “그 외에도 학생들이 디저트를 포장해서 팔고, 일반인들이 그걸 구입해 소비하는 과정에서 모두 애국지사들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ㄱ’은 ‘기억하자’에서 땄다.
학생 신분인 회원들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학업, 취업 준비에도 바쁜 젊은이들의 사업계획에 257명이 참여하면서 금세 720만원이 모였다. 예상 목표를 크게 웃도는 종자돈이었다. 전국의 회원들은 맛 좋은 쿠키와 마카롱 확보를 위해 발품을 팔았고, 정성스레 포장한 박스 안에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이 담긴 홍보물을 넣어 배송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쿠키의 경우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까지 130세트 넘게 팔리는 등 소비자 반응도 사업 초반 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함께 하는 도화지 회원들의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폐지를 모아 근근이 살아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삶을 다룬 기사가 계기가 됐다. 진 대표는 “서훈을 인정 받아 국가의 지원을 받는 독립운동가 후손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소식은 고3(원주 진광고)이던 저에게도 큰 충격이었다”며 “잊히고 있는 독립운동가의 업적 후손들이 기억하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하는 것이 이 시대 청년들의 의무라는 생각에서 ‘역사 바로 알기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현실을 바로 잡자는 진 대표의 생각에 공감한 전국의 청소년들이 동아리에 들었다. 동아리 이름 ‘도화지’에는 ‘하얀 종이에 올바른 역사를 기록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처음에는 전국 각지 문화재 주변을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어린 것들이 스펙 쌓으려고 수작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딱한 시선도 있었지만 온ㆍ오프라인으로 일본군 위안부 진상규명 캠페인도 벌였다. 지난해엔 이들이 펼친 역사 바로 알기 캠페인이 ‘3ㆍ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회원들은 앞서 2016년 가을엔 ‘기억의 조각’을 발간, 강제징용 피해 실상 등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회원 20명이 1년간 전국을 누빈 결과물이다. 책에는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가 중노동에 시달리고도 돈 한푼 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담았다.
이 외에도 도화지는 2017년부터 독립운동가 백하 김대락(1851~1905) 선생과 의열단원 김상옥(1890~1923) 의사, 김문로(1910~1969) 선생의 후손 등 힘겹게 살아가는 애국지사 가족들의 사연을 온라인을 통해 알렸는데, 온라인 공간에선 큰 반향을 일으켰다. 덕분에 그 후손들에게는 각종 사업 수익금도 전달할 수 있었다.
진 대표와 도화지 회원들은 고교 역사 동아리를 더 만들 계획이다. 건강한 사회, 강한 나라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춘 청소년들이 밑바탕이 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원주=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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