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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대접했는데 빵쪼가리?" 격리 한국인에게 뿔난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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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 대접했는데 빵쪼가리?" 격리 한국인에게 뿔난 베트남

입력
2020.02.26 17:00
수정
2020.02.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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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때문에 다낭서 예고 없이 격리된 한국인들 관련 부정적 보도 나가자

SNS에서 “한국 사과해” “한국은 거짓말 그만해라” 해시태그 확산 중

‘베트남에 사과해(ApologizeToVietNam)’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 트위터 캡처
‘베트남에 사과해(ApologizeToVietNam)’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 트위터 캡처

베트남인들이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베트남에 사과해(ApologizeToVietNam)’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이유로 다낭에서 한국인들을 일시 격리한 것과 관련, 한국 정부가 보낸 항의 서한과 일부 한국인들이 격리 시설과 식사 상태가 열악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보도가 시발점이 됐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트위터에서는 이 해시태그가 70만건 넘게 트윗되며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외에도 ‘한국인들은 거짓말 그만해라(KoreanStopLying)’ 등의 해시태그도 함께 확산 중이다. 이들은 한국 트위터 이용자들에게도 이 트윗이 알려질 수 있도록 사안과 관계없는 한국 실시간 트렌드 검색어를 함께 기재하고 있다. 앞서 격리 실태를 보도한 언론사에도 사과를 요구하는 트윗이 쏟아졌다.

베트남 다낭시 당국은 24일 오전(현지시간) 대구에서 출발한 비엣젯 항공편의 한국인 20명을 포함한 탑승객 전원을 시내 폐 병원에 일시 격리했다. 대구 지역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500명이 넘어가면서 위험 지역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격리 장소는 한국 외교부의 항의에 다낭시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뒤 현지 호텔을 찾아 나섰지만, 호텔들이 신종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숙박을 거부하면서 시 당국이 지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베트남에 사과해(ApologizeToVietNam)’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 트위터 캡처
‘베트남에 사과해(ApologizeToVietNam)’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 트위터 캡처

한국 외교부는 당일 “베트남 측에 외교채널을 통해 이번 조치가 한국과의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점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했다”며 “한국인에 대한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베트남 측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인들은 정당한 격리였다며 사과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베트남 입장에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며 정부는 베트남 국민과 여기 살고 있는 10만 명의 한국인을 지키고 있을 뿐인데 항의는 무슨 항의냐”(ca****), “그들은 감염된 지역에서 왔고, 우리 정부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당연히 격리시켜야 했다”(N****)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들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전날 한 매체에서 보도한 베트남 병원 측이 자물쇠로 문을 잠가 사실상 감금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현지 격리 한국인 인터뷰다. 이 보도에서 한 격리자는 ‘식사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침에 빵 쪼가리 몇 개를 주더라”라고 말했다.

‘베트남에 사과해(ApologizeToVietNam)’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 트위터 캡처
‘베트남에 사과해(ApologizeToVietNam)’ 해시태그(#) 관련 게시물. 트위터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베트남 다낭 격리 한국인들이 받은 도시락과 청도 대남병원 격리자들이 받은 도시락 비교 사진. 트위터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베트남 다낭 격리 한국인들이 받은 도시락과 청도 대남병원 격리자들이 받은 도시락 비교 사진. 트위터 캡처

이 빵은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채소 등의 속재료를 넣어 만든 베트남식 샌드위치인 ‘반미(bánh mì)’로 추정된다. 베트남인들은 반미를 제공한 것이 식사를 허투루 준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베트남 격리 중 한식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다며 경북의 청도 대남병원에서 논란이 된 부실 도시락과 사진을 비교, 더 신경 써서 대접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다만 한식 도시락은 주 다낭 총영사관에서도 국민들이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에 24, 25일 이틀간 현지 한인회와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인들은 번역기 등을 동원해 한국어로 “한국의 김치처럼 반미는 베트남의 자부심이다”(M****), “반미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10가지 요리 중 하나로 미국 대통령도 베트남 빵을 먹곤 했다”(N****), “대구의 20명 한국인들은 다낭에게 진 빚을 사과하라”(A****), “절대 돌아오지 마라, 베트남은 이 끔찍한 사람들에게 매우 친절했다”(K****), “그렇게 잘해줬는데 과장하고 꾸며내지 말고, 베트남 정부에 사과하라”(di****) 등의 글을 남겼다.

외교부 측은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한국일보 통화에서 “다낭시 측에서 25일에는 격리된 한국인들 대상으로 전반적인 식사를 제공했는데 이후 인민위원장 명의로 사과 및 유감을 표명하는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며 “각국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신뢰하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잘못된 이해를 갖거나 과도한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노력해나가겠다”고 답했다.

대구에서 출발해 사전예고 없이 격리됐던 한국인들은 이날 오전 6시쯤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다. 한국인 20명 중 현지 교민인 2명은 베트남 다낭에 남기로 했다. 논란을 의식한 듯 귀국 전날 밤 후인 득 터 다낭시 인민위원장은 마지막 식사를 극진히 대접하라고 직접 당부했고, 이에 당국은 귀국편에 편지와 함께 한식을 포장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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