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례가 속출하면서 개신교계 대형 교회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부는 모임 자제를 부탁하고 있는데, 교회 문을 닫자니 재정적 타격이 크다.
26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현재 주일 예배 중단 결정을 내린 서울 소재 대형 교회는 압구정동 소망교회와 명일동 명성교회 정도다. 소망교회는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지난 23일 일찌감치 예배 중단을 결정했다. 명성교회는 지난 25일 자가격리 중이던 부목사에게 확진 판정이 내려지자 주일 예배 등 모든 활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소망교회는 등록 교인 6만여명, 출석 교인 2만5,000여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다. 명성교회도 등록 교인 8만명, 출석 교인 6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대형 교회들은 아직 말이 없다. 등록 교인 56만여명에 출석 교인 30만명 수준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확대되면서 다른 예배와 모임은 중단하더라도 주일과 수요 예배만큼은 진행한다는 원칙을 세워둔 상태다. 여의도순복음교회 관계자는 “명성교회 일도 있고 해서 여러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며 “주일까지 아직 시간이 다소 남은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등록 교인 10만명, 출석 교인 5만명인 서초동 사랑의교회도 “주일 예배 중단까지 포함된 예방 대책을 논의 중”이라며 “결정까지 시간이 약간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광림교회와 금란교회, 영락교회 등 다른 대형 교회들은 ‘일단은 주일 예배를 준비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반적 사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천주교는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16개 교구 전부가 미사를 중단했다. 불교계는 지난 23일 이미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 정부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방역 당국 종교 행사를 포함해 1,000명 이상 참여하는 행사는 지방자치단체에 보고토록 했다. 사실상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대형 교회들이 예배 취소를 망설이는 이유는 결국 헌금 문제다. 김집중 종교투명성센터 사무총장은 “중앙 집권 체제인 천주교나 문화재 등을 통한 정부 예산 지원을 많이 받는 불교와 달리, 개신교는 재정 구조가 탄탄한 대신 교회별로 먹고 살아야 한다”며 “주 재원이 헌금이기 때문에 한 주라도 예배를 열지 않으면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공포 때문에 이미 출석 신도 수가 평소의 3분의 1 수준이니, 헌금은 한 주 미루거나 온라인으로 걷으면 된다”고 제안했다. 대형 교회의 결단만 남았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