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전시회 컨퍼런스하고 터키로 건너가 미팅
감염 위험성 때문에 인터뷰 취소, 감염원 취급받은 느낌
외환위기는 금융위기였으나 지금은 실물경제 위기
이스라엘에서 카톡이 왔다. 지방의 대기업 회장인데 방산업체 전시회 문제로 이스라엘 출장 중에 격리조치 되었다는 것이다. 3월초에 만나 인터뷰를 하기로 했던 분이었다. 그는 “일단 화상 등으로 컨퍼런스를 하고 터키로 건너가서 미팅을 하려는데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며칠 전에는 기업에서 전화가 왔다. 2월 말에 대표이사 인터뷰를 약속했던 기업으로부터다. 반도체 소재를 공급하는 화성지역의 중견기업인데 인터뷰를 한두 달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단 한 명이라도 감염이 되면 공장을 폐쇄해야 하기 때문에 극도로 예민하다고 했다. “밖에서라도 하면 가능하지 않겠나”라고 했더니 그래도 감염 위험이 있으니 일단 보류하고 보자는 것이었다. 마치 내가 감염원으로 인식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랑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 것 같은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벌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손 잘 씻고 마스크 하면 직접 감염이 되지 않을 것이고, 대부분 아직은 주변에 감염자를 목격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생활에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점심 저녁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 중에 감염자가 있다는 어떤 증거도 없지만 행여 감염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만남이 취소되고 있다.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일일 것이다. 기업들이 각종 행사를 취소하는 것은 예방 차원에서 당연할 지 모를 일이다. 국회까지 일시 폐쇄를 하는 마당이다. 본인은 물론 아내 자식이 다니는 회사는 무사한 것일까. 개인에게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당장 여행사나 항공사 음식점 숙박업 등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뿐이 아닐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SK 등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들도 코로나19의 영향권안에 들어가고 있다. 재택근무가 본격화하고 있고 사업장 폐쇄도 흔한 일이 됐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플러스를 유지하기가 버거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외환위기는 금융위기였으나 지금은 실물경제의 위기다.
홍콩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대규모 시위를 했던 지난해 홍콩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것이 있었다. 홍콩의 민주주의를 걱정한 것도, 홍콩 주민의 인권을 안타까워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의 패권주의를 우려한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사소한 이유는 내가 가입했던 펀드가 유럽과 홍콩의 증권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1년이 지나도록 홍콩 항생지수가 맥을 못추면서 환매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상황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3월부터 홍콩이 송환법으로 난리가 나면서 사태가 장기화한 것이다. 그 바람에 8월에도 환매를 받지 못했다. 당시 “홍콩은 끝났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홍콩 정부가 뒤로 물러서면서 어느 정도 홍콩 사태가 진정이 되었으나 다시 코로나19가 등장했다. 홍콩도 당장 영향권에 들어가면서 항생지수가 일시 출렁거렸다. 펀드 상환이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나 홍콩은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주가 하락이 크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 펀드를 상환 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내 돈, 경제, 먹고 사는 것과 연결을 시키게 된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이제 세계의 특정지역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처럼 전염성이 강한 역병이 돌면 세계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지만 경제에도 엄청난 여파를 미친다. 감염으로 죽는 사람도 많지만, 생업을 이어가지 못해서 한계선상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역병이 걱정스러운 것은 감염이 되어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것도 문제지만 경기가 위축되어 먹고 살기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재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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