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임상위, 경증 자가치료 제언
지역사회 감염 시작은 한달 전 3번 환자의 한일관 식사 때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폐렴이 심각하게 진행돼도 환자 자각 증상이 없는 ‘독특한 감염병’이라는 의료진 소견이 나왔다. 다만 기저질환이 없다면 신종 코로나의 사망률이 ‘제로(0)’에 가깝고 모든 환자를 입원 치료하기에는 의료 자원에 한계가 있는 만큼 경증 환자를 ‘자가 치료’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이하 중앙임상위)는 26일 ‘코로나19 전국확산에 따른 효과적 대응체계’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오명돈 중앙임상위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폐렴이 “30년간 진료 현장에서 봐 온 폐렴하고 다른 독특한 특성이 있다”고 정의했다. 오 위원장은 “환자의 흉부 사진을 보면 하얘서 깜짝 놀랄 정도인데 환자는 별로 심하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메르스 환자였다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아야 할 폐렴 소견인데 아무런 조치가 없어도 회복되는 것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는 사태 초기부터 무증상 환자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해 있다 퇴원한 13번 환자(28ㆍ남성)에 대해서 담당 주치의는 “증상이 없고, 특별한 치료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앙임상위는 경증 환자의 경우 자가 치료로 전환할 시점이라고도 강조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지금 의료 자원으로는 환자를 모두 입원 치료할 수 없다”며 “경증 환자는 자가 격리하며 약을 복용하는 방식으로 치료 체계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의 낮은 사망률을 근거로 들었다. 중앙임상위가 분석한 중국의 신종 코로나 ‘중증도에 따른 치사율’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80.9%가 경증 환자였고, 13.8%를 차지하는 중증 환자(호흡수 분당 30회 이상, 혈액산소포화도 93% 미만 등) 가운데서도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오 위원장도 “현재 국공립 의료기관에 준비된 병상은 5,000개”라며 “증세가 가벼운 환자가 집에서 지낸다면 이에 4배인 2만명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임상위는 이를 위해 자가 치료가 가능한 환자의 기준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경증 환자 중 기저질환이 없고 △연령대가 낮으며 △동거인 중에 고령자가 없는 환자가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방 센터장은 “자가 격리 수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는 환경과 환자 상태가 악화했을 때 의료기관에 연락할 보호자가 있는지 여부도 기준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임상위는 최종 기준이 합의될 경우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당국에 적용을 제안할 방침이다.
한편 오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3번 확진자(54ㆍ남성)가 지난달 22일에 서울 강남구 한일관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한 뒤 감염시킨 사례를 ‘지역사회 감염’이라고 밝혔다. 그에게 감염된 6번 확진자(55ㆍ남성)가 다시 아내(10번)와 아들(11번)을 감염시킨데다 다시 21번 환자(59ㆍ여성)까지 감염시킨 시점이 지역사회 감염 시작이라는 것이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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