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조치가 늘어나자, 국내 항공사들도 잇따라 ‘하늘길’ 축소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 운항도 축소하면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들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4~28일 ‘인천~베네치아’, 다음달 6~28일 ‘인천~로마’ 노선을 각각 운휴한다. 또 ‘인천~바르셀로나’ 노선의 경우 다음달 10일부터 28일까지 운항을 중단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해 추가적인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AP 등에 따르면 유럽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이탈리아는 26일(현지시간) 감염자 수가 400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도 12명에 이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대한항공은 아직까지 유럽, 미주 등 장거리 노선에 대한 운항 축소를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근무에 투입됐던 승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때문에 운휴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인 ‘강화된 주의’에서 나흘 만에 3단계 ‘여행 재고’로 격상했다. 최종 4단계인 ‘여행 금지’까지 한 단계만 남겨 놓은 상태다.
앞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별도로 발표하는 여행보건경보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이미 올렸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맺고 있는 델타항공은 한국행을 한시적으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항공업체들이 장거리 노선마저 운항을 축소하면서 올해 항공업계 실적은 지난해보다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미주노선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유럽노선 매출 비중이 15%에 달한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에 대해 전면적 혹은 부분적 입국 금지를 하는 국가는 21곳으로, 전날 오후 6시보다 4곳이 늘었다. 몽골과 세이셸은 최근 14일 이내 한국과 이탈리아, 일본 등을 방문한 여행자에 대해 입국을 금지했다. 피지와 필리핀은 대구 등을 방문한 여행객이 입국 금지 대상이다. 입국절차를 강화한 나라도 21곳으로, 전날보다 8곳이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중국, 일본 등 단거리 노선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내해야 했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장거리 노선까지 타격을 입게 돼 항공업계 전체가 비상상황에 빠지게 됐다”며 “업체들이 무급휴직, 임금 반납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저비용항공사(LCC)뿐만 아니라 FSC에 대한 지원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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