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온 나라가 코로나19로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우리 현실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이 또한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는 대자연의 순리 앞에서는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자. 남녘에서는 매화 향기가 피어나고 겨우내 얼었던 땅속에서는 봄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처럼 자연의 봄은 바짝 우리 곁에 와있다.
북한지역인 강원 평안의 추가령에서 시작, 철원과 연천을 거쳐 임진강과 합류하는 한탄강에도 서서히 봄이 다가오고 있다. 철원의 동승읍을 위치한 한탄강 직탕폭포에는 봄을 시샘하는 서설이 내리는 가운데 한겨울 뒤덮고 있던 얼음이 말끔히 녹아 사라지고 굉음을 내며 시원한 물줄기가 내뿜고 있다. 직탕폭포는 우리가 흔히 보는 수직 폭포가 아니고 넓이만 60m에 달하는 수평으로 길게 뻗어 흐르는 폭포로, 지금처럼 물이 많이 흘러내리는 장면은 장마철 말고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거침없는 은빛 물줄기를 쏟아내는 모습은 그야말로 가슴을 뻥 뚫어줄 듯이 장쾌해 방문객들의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장엄한 모습으로 흘러내리는 직탕폭포를 보면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겨울은 서서히 떠나고 다시 못 볼 것 같았던 봄이 어느덧 우리 주변으로 찾아왔음을 느낀다. 얼어붙었던 물길이 열리고 찬찬히 흘러가는 한탄강물에 근심 걱정을 띄워 보내고 꽃 향기 가득한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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