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우리가 간다] <14> 김학범호 주장 이상민 인터뷰
한국 남자축구는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한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우승으로 2020년을 화려하게 시작했다. 재작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지난해 K리그 흥행과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의 분위기가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K리그 개막이 연기되는 등 국내는 물론 국제대회 일정도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도쿄올림픽을 준비중인 태극전사들은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올림픽 선전을 다짐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지난 2월 10일 K리그2(2부 리그) 서울이랜드 전지훈련지인 제주 서귀포시에서 만난 U-23 축구대표팀 주장 이상민(22)은 △K리그에서의 활약 △이를 통한 올림픽 최종엔트리 입성 △메달 획득의 목표를 차근히 이루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동갑내기 킬리안 음바페(22ㆍ프랑스) 등 세계 최고 스타들이 도쿄올림픽 무대에 설 것이란 외신보도들을 언급하면서 “음바페 같은 최정상급 선수들과 맞붙고 싶고, 메달도 따고 싶다”며 “그러려면 프랑스와 결승에서 맞붙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남자축구가 동메달을 따냈던 2012년의 영광 재현을 약속하기도 했다.
-AFC U-23 챔피언십 우승 멤버들이 사실 국내 축구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까지 일본 J리그에서 뛰게 돼 국내 팬들과 만날 기회가 많진 않았는데, 올해 AFC U-23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며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K리그 무대서의 경쟁도 쉽지 않은 만큼 소속팀에서 제 역할을 다해 많은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AFC U-23 챔피언십에선 중국과 첫 판서부터 승리를 거두면서 분위기가 살아났다.
“초반 경기력은 안 좋았지만 승리하면서 좋은 분위기로 대회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선수들이 (첫 경기를 통해) ‘이런 경기력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정신적인 부분도 가다듬을 수 있었던 계기였다.”
-주장으로서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텐데.
“선수들끼리 모여 이야기 나눌 기회를 수시로 만들었다. 앞서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아 U-17, U-20월드컵을 치렀는데 항상 아쉬움이 남았던 걸 이번에 보완했다. 동료들을 좀 더 세심하게 살피고, 대회 때는 작은 것 하나라도 짚고 넘어가려 했다. 귀찮고 힘들더라도 그런 점을 잘 해내야 ‘원 팀’으로 거듭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아쉽고 부족했던 점은.
“많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더 세세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일부 선수들이 상처를 입거나 아쉬웠을 수 있다. 잘 다독여 자신감을 불어넣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올림픽 본선에 설 수 있고, 다시 주장을 맡게 된다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J리그 경험을 전하자면.
“내가 뛰던 팀(V-바렌 나가사키)은 J2리그(2부 리그)였음에도 수준 높은 외국인 공격수들을 막아내야 할 일이 많았다. 특히 키가 크고 빠른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상대해볼 수 있었던 게 좋은 경험이었다. 일본인 공격수들도 발재간 좋고 빨라서 대처하는 능력을 많이 터득하게 돼 국제무대서도 도움이 됐다.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 뛴 원두재(23ㆍ울산)와도 종종 만나 맛집을 찾아 다니며 서로 의지했다.”
-1월 1일생이라 K리그 22세 이하 의무출전규정을 적용 받게 된다.
“주변에서 부모님께 감사히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 12월 31일에 태어날 수도 있었는데 어머니가 많이 참으셨다고 한다. 하루 만에 두 살 먹을 뻔했다. 축구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산아이파크 유소년 팀에서 시작했는데, 늦게 시작한 만큼 중ㆍ고교 시절 개인레슨도 받고 공부도 놓지 않게 하기 위해 부모님이 많은 희생을 하셨다. 효도해야 한다. 가능하면 도쿄올림픽 메달부터 걸어드리고 싶다.”
-올림픽 최종엔트리는 18명이다. 여기에 와일드카드 경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될 법하다.
“당연하다. 와일드카드로 출전 가능한 선배들을 짚어보면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도 선다. 일단 K리그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출전은 기본이고,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해야만 김학범 감독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올림픽 무대에선 어떤 팀과 꼭 겨뤄보고 싶나.
“굳이 일본을 꼽고 싶진 않다. 나를 비롯해 우리 선수들은 음바페나 세르히오 라모스(34)가 언급되는 프랑스나 스페인 같은 강한 팀들과 맞붙고 싶다. 그런데 확률상 이 팀들을 일찍 만나면 우리에게 유리하진 않기 때문에 맨 위(결승)에서 만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귀포=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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