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변호사노조 총파업
충원 갈등에 이달 20일까지 연장
토론회 개최 계획도 코로나로 보류
법무부 “자율적 해결” 입장만 반복
법률 지식과 경제력이 부족한 이들의 송사를 돕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변호사노조 총파업이 길어지고 있다. 파업 기한이 이 달 20일까지로 연장돼, 지난달 3일 시작된 총파업이 50일 가까이 이어지게 됐다. 인력 충원 문제 등으로 충돌한 공단 노사가 서로 입장을 물리지 않고 강하게 맞서고 있지만, 관리ㆍ감독을 해야 할 법무부는 ‘자율적 해결’ 원칙만 내세우며 뒷짐을 지고 있다. 그 사이 공단 주이용자인 서민들 피해만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단 변호사노조는 파업 닷새 만인 지난달 7일 공단에 파업 연장 결정을 통보했다. 파업 연장은 노사 간 신경전에서 비롯됐다. 파업 시작 당일 공단이 ‘법무부, 변호사 40명 충원 승인’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는데, 노조 측은 이 자료가 허위라며 사과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으나 공단이 답을 내놓지 않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공단 소속 변호사 111명 중 83명이 파업을 연장하면서까지 공단에 강하게 맞서는 것은 근본적인 송무 인력 부족 문제 때문이다. 공단 송무는 변호사와 공익법무관이 맡는데, 2016년 공단은 법무관 지원자가 줄어드는 추세에 대비해 변호사 인력을 증원하는 대신 신규 변호사 처우를 낮췄다. 하지만 실제 변호사 인력 충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변호사가 15명 느는 사이 법무관은 78명 줄어, 송무 인력 1인당 사건 수는 2017년 702건에서 지난해 870건까지 치솟았다.
변호사노조 관계자는 “애초 공단은 처우를 낮춰 3명 뽑을 돈으로 5명을 뽑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예산을 절감해 정원 외 기간제 변호사를 뽑는 방법도 있는데 공단이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인 공단은 “증원은 공단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예산 당국과 국회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맞서는 문제는 인력 부족만은 아니다. 노조는 △인사 전보 지침 등 취업규칙을 노조 동의 없이 바꾼 것 △신규변호사가 비변호사 직렬의 지휘ㆍ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는 정책을 추진했던 사실 등을 문제삼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음에도 주무부처인 법무부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노사 간 교섭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노동 쟁의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 관심을 갖고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반복하는 법무부 태도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전혀 엿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뒤늦게 공단의 발전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개 토론회를 계획했지만,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감염증 사태로 보류됐다.
총파업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결국 경제력이 충분치 않아 사선 변호사 선임 대신 공단을 찾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우려가 커진다. 공단에 새로 접수되는 사건은 매년 15만 건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