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정 등 청년벨트 8곳 중 7곳
현역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
“지역구 경선서 배제된 신진들에
연고 없는 곳서 경선까지 하라니…”
‘청년들이여, 험지에서 노오력하라?’
2일 미래통합당 소속 청년(20~45세)들 사이에선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발표한 경기 청년벨트를 두고서다.
공관위는 1일 경기 수원정ㆍ광명을ㆍ의왕과천 등 8곳을 청년벨트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 출마하게 될 청년 후보 15명도 추렸다. 이들은 앞으로 출마 희망 지역을 정한 뒤 같은 곳에 지원한 다른 후보와 경선을 치르게 된다. 경선에서 이겨야 공천이 확정된다.
공관위가 밝힌 청년벨트 취지는 이렇다. “젊은 인재들이 당과 국회, 나라를 새롭게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출마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됐거나, 젊은 후보가 출마를 선호한다고 판단되는 곳을 위주로 지역구를 선정했다는 게 김형오 공관위원장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기회를 부여받은 청년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선 대상 청년벨트로 묶인 8개 지역 모두 통합당엔 험지로 꼽히는 곳이어서다. 8곳 중 7곳의 현역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다. 유일하게 이언주 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명을도 그가 민주당 소속일 때 당선된 곳이다.
게다가 15명의 청년 후보는 지금껏 다른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해왔거나, 갓 정계에 입문한 신인이 다수다. 지역에 아무 연고가 없는 이들이 갑자기 배치돼 민주당에 기운 표밭을 가져오기에는 선거까지 남은 한 달여 시간은 턱없이 짧다. 통합당 한 초선 의원은 “이미 지역구 경선에서 배제된 신진 청년들을 험지로 차출하면서 자체 경선까지 하라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며 “험지임을 감안하면 ‘당 보증 청년인재’로 우선공천해도 모자란데 두 번 쓰고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서울에서만 활동해 온 한 청년 후보는 “선거 때 이리 심고 저리 옮기는 식으로 해서는 제대로 된 정치인으로 육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역인 신보라 의원이 후보에 포함된 것을 두고도 “공정경쟁이 아니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현역의원이 청년벨트에 들어가겠다고 자청한 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지도가 높고 보좌진 지원도 받을 수 있는 현역 의원이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아직 경험, 전문성이 부족한 청년들이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의 출마 기회를 얻는 것은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공관위 시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청년벨트에 속한 서울 노원병 공천을 받은 이준석 후보는 “출마 자체가 자산이 될 수 있고 앞으로 지역 활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장은 험지가 양지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