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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만 노오력? 험지 골라 보내는 미래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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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만 노오력? 험지 골라 보내는 미래통합당

입력
2020.03.03 04:30
수정
2020.03.03 11:5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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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정 등 청년벨트 8곳 중 7곳

현역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

“지역구 경선서 배제된 신진들에

연고 없는 곳서 경선까지 하라니…”

김형오(왼쪽 두번째)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신청자 화상면접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공관위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TK 지역에 대한 공천 면접 심사를 미뤄왔으나 총선 일정상 더는 면접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화상 면접 실시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김형오(왼쪽 두번째)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신청자 화상면접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공관위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TK 지역에 대한 공천 면접 심사를 미뤄왔으나 총선 일정상 더는 면접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화상 면접 실시를 결정했다. 연합뉴스

‘청년들이여, 험지에서 노오력하라?’

2일 미래통합당 소속 청년(20~45세)들 사이에선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발표한 경기 청년벨트를 두고서다.

공관위는 1일 경기 수원정ㆍ광명을ㆍ의왕과천 등 8곳을 청년벨트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 출마하게 될 청년 후보 15명도 추렸다. 이들은 앞으로 출마 희망 지역을 정한 뒤 같은 곳에 지원한 다른 후보와 경선을 치르게 된다. 경선에서 이겨야 공천이 확정된다.

공관위가 밝힌 청년벨트 취지는 이렇다. “젊은 인재들이 당과 국회, 나라를 새롭게 만드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출마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됐거나, 젊은 후보가 출마를 선호한다고 판단되는 곳을 위주로 지역구를 선정했다는 게 김형오 공관위원장 설명이다.

그러나 정작 기회를 부여받은 청년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무엇보다 경선 대상 청년벨트로 묶인 8개 지역 모두 통합당엔 험지로 꼽히는 곳이어서다. 8곳 중 7곳의 현역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다. 유일하게 이언주 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인 광명을도 그가 민주당 소속일 때 당선된 곳이다.

게다가 15명의 청년 후보는 지금껏 다른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해왔거나, 갓 정계에 입문한 신인이 다수다. 지역에 아무 연고가 없는 이들이 갑자기 배치돼 민주당에 기운 표밭을 가져오기에는 선거까지 남은 한 달여 시간은 턱없이 짧다. 통합당 한 초선 의원은 “이미 지역구 경선에서 배제된 신진 청년들을 험지로 차출하면서 자체 경선까지 하라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며 “험지임을 감안하면 ‘당 보증 청년인재’로 우선공천해도 모자란데 두 번 쓰고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서울에서만 활동해 온 한 청년 후보는 “선거 때 이리 심고 저리 옮기는 식으로 해서는 제대로 된 정치인으로 육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역인 신보라 의원이 후보에 포함된 것을 두고도 “공정경쟁이 아니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현역의원이 청년벨트에 들어가겠다고 자청한 것은 오히려 스스로를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지도가 높고 보좌진 지원도 받을 수 있는 현역 의원이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아직 경험, 전문성이 부족한 청년들이 당선 가능성이 큰 지역의 출마 기회를 얻는 것은 역차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공관위 시도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청년벨트에 속한 서울 노원병 공천을 받은 이준석 후보는 “출마 자체가 자산이 될 수 있고 앞으로 지역 활동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당장은 험지가 양지로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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