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경 인권위 조사관 인터뷰]
“인권 침해·사재기 등 루머에 정신적 고통… 심리 지원 필요”
병원서 강제 퇴원된 중증 환자… 장애인 복지 공백 우려도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무섭지만 대구 사람들은 차별과 혐오적인 시선에 상처받고 있습니다.”
박민경 국가인권위원회 대구 인권사무소 조사관은 3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해 대구 시민들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그는 “‘대구니까 신종 코로나가 발생했다’, ‘대구 사람이라고 하면 무조건 오지 말라’는 등 타 지역의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말들로 인해 대구 시민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조사관은 자신이 직접 접한 혐오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대구 시민 한 분이 서울 출장을 가기 위해 동대구역에서 고속철도(SRT)를 탔고 대전을 지날 때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뒷자리에 앉았던 승객이 앞 좌석을 향해 소독스프레이를 마구 뿌리고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며 “신종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람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인권의 실종”이라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폭증만큼 대구 시민들의 정신적 고통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박 조사관은 “대구 시민들은 매일매일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앰뷸런스 소리와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 등의 방송을 들으며 지내고 있다”며 “대구가 현재 심각한 상황은 맞지만 시민들은 정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데 ‘대구에서 사재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에 대구 시민들은 더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와 근거 없는 소문 등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대구 시민들을 위한 심리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장투석 환자 등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반 중증 환자들이 병원 밖으로 내몰리는 인권침해 상황은 반드시 시정돼야 할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조사관은 “현재 일부 의료기관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 격리치료를 위해 기존 환자들을 강제로 퇴원시키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무소에 병원에서 내몰려 갈 곳이 없는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심이 신종 코로나에 쏠리면서 노약자나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등 이동이 용이하지 않은 이들을 위한 기존 공공ㆍ의료 서비스는 대폭 축소,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으로 꼽았다. 이럴 때일수록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박 조사관은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가 기승하고 있지만 경제적 상황과 별개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장 받아야 할 건강할 권리,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지켜져야 한다”며 “마스크를 동일하게 배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동이 힘들어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노인층이나 취약계층 어린이, 장애인에게 마스크가 좀 더 지급되고, 경제적으로 마스크 구입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무상이나 저렴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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