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일본에서는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신초샤(新潮社)는 1969년 페스트의 일본어 번역본을 출간한 이후 지난 1월까지 매월 평균 300권 정도를 시중 서점에 출하해 왔다. 그러나 1월 말부터 서점 측의 주문이 급증하면서 지난달 중순 4,000부를 증쇄한 데 이어 최근 1만부 추가 증쇄를 결정했다. 페스트는 이날 오후 기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노벨문학상 작가(1951년 이후)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코로나19가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한 후 올 1월부터 세계 각지로 확산되면서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우한이 마치 페스트(의 내용)와 같다”는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초샤 홍보담당자는 “시기적으로 볼 때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페스트의 위협과 싸우는 등장인물의 모습과 현재의 코로나19의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과 중첩해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불문학자인 미노 히로시(三野博) 나라여자대 명예교수는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독자들은) 재난과 부조리에 당면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서 알고 싶어한다”며 “작품을 읽는다고 코로나19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과 고독과 싸우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심리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1947년 발표된 페스트는 전염병(페스트)으로 봉쇄된 알제리의 해변도시 오랑을 무대로 주인공 의사와 시민들이 기승을 부리는 원인 불명의 전염병 및 인간성을 위협하는 부조리와 싸우는 모습을 그렸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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