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긴급사태’ 선포로 리더십 주목
38세 흙수저… “새 시대 이끌 것” 평가도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장 확산된 지역인 홋카이도(北海道). 심각한 도내 상황에도 도지사인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는 발빠른 ‘코로나 리더십’으로 순식간에 정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스즈키 지사의 전국적인 지명도를 키워준 것은 지난달 28일 이뤄진 ‘긴급사태’ 선포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신종 코로나로 인한 긴급사태를 선포, 시민들에게 앞으로 3주 동안 주말 외출 자제를 호소하면서 “(긴급사태 선언에) 법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도민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에는 총리 관저를 찾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홋카이도를 ‘중점 대책 지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요청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 감염 사태 등 늦장 대응으로 지적 받는 중앙정부보다 한발 빠른 스즈키 지사의 조치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일본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베 총리보다 믿음직하다”거나 “국민을 위해 즉각적인 결정을 내리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평가했다. 외신도 그를 주목했다. 3일 중국 환구시보는 홋카이도의 긴급사태 선포를 다루며 “스즈키 지사의 단호한 행동과 명확한 태도가 인상적”이라고 보도했다.
야간대학 출신 ‘흙수저’인 그의 이력도 재조명됐다. 지난해 일본 통일지방선거에서 최연소 지사로 당선된 그는 도교 인근 사이타마현 출신으로 고교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경제 형편이 어려워지자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도쿄도청 하급 공무원이 된 후 주경야독으로 호세이(法政)대 야간학부를 졸업했고, 2008년 1월 파산신고를 한 홋카이도 유바리(夕張)시에 파견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시 재정을 되살리려 발로 뛴 그를 유바리 시민들은 2011년 최연소 시장으로 뽑았고, 2019년엔 최연소 도지사가 됐다.
일본의 종합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는 올해 1월호에서 그를 새 시대를 이끌 인물로 선정하면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를 뛰어넘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스즈키 지사와 동갑내기인 고이즈미 환경부장관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으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인물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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