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의 신곡 ‘온(On)’이 2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4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 데뷔 이래 최고 기록이다. 이 곡이 실린 정규앨범 4집 ‘맵 오브 더 솔: 7’이 앨범차트에서 네 번째 정상을 밟은 데 이은 소식이다.
관심은 ‘온’이 싱글차트 1위를 향해 진격할 수 있을까에 쏠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자막이라는 1인치 장벽을 넘어야 했다면, 방탄소년단의 ‘온’은 라디오라는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단 방탄소년단 기록 자체는 놀랍다. 한국 노래는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2009년 원더걸스의 ‘노바디’가 76위에 오른 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 2018년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가 10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8위를 기록했다. ‘온’이 기록한 4위는 방탄소년단 기록 중 최고일 뿐 아니라, 앨범 발매 첫 주 기록 치고도 아주 좋은 것이다. 이번 핫100 차트에는 ‘온’ 외에도 ‘시차’ ‘필터’가 각각 84, 87위에 올랐다.
이런 성취에도 불구하고 미국 매체들은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기록이 특이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앨범의 경우 CD 등 실물 음반의 판매 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싱글은 라디오 방송횟수가 상대적으로 무척 적다. 앨범을 다운로드가 아닌 CD로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는 건 ‘거대한 팬덤’의 존재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라디오 방송횟수가 적다는 건 팬덤 이외 일반 대중에 대한 호소력은 부족하다는 의미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4개 앨범 연속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등극이 증명하듯 방탄소년단은 누구보다도 강력한 팬덤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반면, 적극 소비층이 아닌 일반 대중에겐 다가가진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 방송횟수가 중요한 건 싱글차트인 빌보드 핫100 합산 방식 때문이다. 핫100은 미국 내 라디오 방송횟수, 디지털 다운로드, 온라인 스트리밍 등을 합산한다. 차트 상위권에 오르려면 골고루 점수를 얻어야 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가 생생한 사례다. 가수와 노래 자체는 미국 전역을 들썩였으나, ‘강남 스타일’은 빌보드 싱글차트 ‘7주간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강남 스타일’은 디지털 부문에서 압도적 성적을 거뒀지만, 라디오 방송횟수를 따지는 빌보드의 ‘라디오송스 차트’에선 최고 성적이 12위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는 방탄소년단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DNA’를 시작으로 핫100에 모두 10곡을, 톱10엔 3곡이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50위까지 발표하는 라디오 송스 차트에는 아직 단 한 곡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온’의 싱글차트 1위 등극을 점치기엔 여건이 녹록치 않다는 건 그래서 나오는 얘기다. 하지만 앨범이 이제 막 공개됐다는 점에서 단정은 이르다. 온라인 매체 복스닷컴은 “영어로 노래하지 않는 해외 가수의 곡이, 라디오 방송 순위에 크게 의존하는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르는 것은 어렵다”며 “앨범 공개 첫 주인 만큼 새 앨범으로 미국 주류문화의 장벽을 조금씩 깨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어떤 결과를 낼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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