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의 아파트 매매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선 반면, 증여 건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거래 비수기로 꼽히는 1월에도 올해 증여건수는 역대 3번째로 많았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기보다 자녀 등에게 증여해 세금 부담을 줄이며 일종의 ‘버티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건수(1,632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3번째로 많았다. 서울에서 아파트 증여는 지난해 9월 1,209건 이후, 10월(1,176건), 11월(917건)엔 계속 감소했다. 지난해 서울 전체의 아파트 증여건수(1만2,514건)도 2018년(1만5,397건)보다 18.7% 감소했다.
그러나 12월(1,327건) 증여건수가 상승 전환하더니 1월에는 더 늘어났다. 서울의 1월 증여현황을 구별로 보면,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에 집중됐다. 강동구(398건)가 가장 많았고 송파구(238건), 서초구(169건), 영등포구(158건), 강남구(92건), 양천구(89건) 순이었다.
반면 1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12ㆍ16 대책 등 영향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1만4,117건까지 치솟았던 서울 아파트 매매는 지난 1월 1만491건으로 25.7%(3,626건) 감소했다.
12ㆍ16 대책 이후 증여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이유는 보유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여의 경우, 취득세나 양도세 등 비용이 한꺼번에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를 계산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2022년까지 계속 오를 예정이고, 다주택자가 투기과열지구 내 집을 팔 때 양도세가 최고 62%에 달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증여가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들은 여기에 각종 규제에도 서울 집값이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렇다 보니 정부가 12ㆍ16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를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음에도 집을 팔기보다는 자녀 등 가족에게 증여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오는 6월1일 이전 매매와 증여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며 “당분간 보유세와 거래세를 줄이기 위한 증여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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