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권고 뒤집고 마스크 ‘재사용’ 가능 지침
“동의 어렵지만, 지금 상황선 어쩔 수 없었을 것”
마스크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보건당국에서 ‘마스크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놨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렇지만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도 설명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4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사용 지침 개정안에 대해 “통상적으로 세계보건기구나 또는 우리나라의 감염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조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워낙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또 국민들의 마스크에 대한 요구도가 굉장히 높은 상황이라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을 낸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만 해도 “필터가 오염돼 기능이 저하된다”며 마스크 재사용을 권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스크 공급량이 충분치 않자 “동일인에 의해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식약처 입장에서는 원칙적으로 일회용인 마스크를 몇 번 더 써도 된다고 권고하긴 어렵다”며 “마스크를 구할 수 없다면 필터 손상을 최소화 해서 최소한의 경우만 재사용하란 의미로, 이를 권장하는 상황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상황과 그 밖의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교수는 “외부에서 환기가 잘되는 상황에서 사람의 밀도가 적은 곳을 다닐 때 마스크를 반드시 쓸 필요는 없다”고 했다. 직장에서도 “아주 밀접하게 거리를 두고 마주보고 일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본인이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그때는 상대방을 위해서 꼭 써야 한다”고 전했다.
KF94, KF80, 면 등 마스크 종류를 나눠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위원장은 “코로나19 환자라든가 환자 보호자, 의료진, 이런 분들은 반드시 KF94이상의 보건용 마스크나 방역용 N95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건강한 사람이 자기 보호를 위해 쓴다면 일반 면 마스크도 괜찮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또 “KFㆍN95 마스크는 물에 담그거나 알코올 소독, 뜨거운 열을 가하면 정전기 필터가 망가진다.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말려서 재사용하는 게 가장 낫다”고도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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