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두 달 가까이 한국에서 자카르타를 오가는 비행기 운항 중단을 결정하자 인도네시아 교민들이 뿔났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 방문객의 입국을 막지 않는데도 일방적으로 통보해서다.
4일 대한항공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6일부터 4월 25일까지 인천~자카르타 노선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탑승객이 급감한 데 따른 조치다. 대항항공은 그간 주 7회 매일 왕복 한 편씩 띄웠다. 인천~발리 노선도 9일부터 4월 25일까지 주 9회에서 4회(수ㆍ목ㆍ토ㆍ일요일) 운항으로 감축한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교민들은 대한항공의 조치에 발끈했다. “교민들의 생업과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극단적인 결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최소한의 실질적인 조치나 노력도 없이 갑자기 시행하는 행위에 분노를 느낀다” “단계적 감편이나 일정한 시차를 두고 고객이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고 운항 중단을 결정해야 했다” “교민 3만명이 있는 나라에 국적기가 운항을 멈추다니 무책임하다” “그나마 돈이 되는 발리 노선은 운항을 지속한다니 기가 찬다” 등이다. 일각에선 대한항공 불매 운동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장의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교민은 “도착비자 일자가 만료되기 전 출국 대기 중이었는데 전면 운항 중단 소식을 듣고 표를 바꾸려고 했더니 추가 수수료를 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대한항공 자카르타지사는 이날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5일과 7일 인천∼자카르타 노선 운항을 취소했고, 9일부터 28일까지는 주 3회(수ㆍ금ㆍ일요일)만 운항하기로 했다. 가루다항공은 8, 12, 15, 18, 21, 23일 자카르타발 인천행 여객기와 해당 여객기의 돌아오는 편 운항을 취소했다.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를 피하려 양국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며 애써왔는데 대한항공의 사정이 있겠지만 가루다항공과 비교해도 아쉬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박재한 재인도네시아한인회장은 “대한항공 경영진이 인도네시아 한인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시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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