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은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다. 사스, 에볼라, 신종 인플루엔자에서 메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까지. 바이러스는 그칠 줄 모른다. 의학적으로 바이러스만 물리치면 될까. 감염병은 인간 사회에 대한 일종의 경고다. 이를 되새기지 못하면 인간은 매번 똑같이 당할 거다. 감염병의 의미를 다각도로 고찰해보는 건 그래서 필요하다. 지혜로운 감염병 대응에 필요한 책 3권을 모았다.
◇인간은 희생자 아닌 바이러스 주범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
마크 제롬 월터스 지음 이한음 옮김
책세상 발행ㆍ251쪽ㆍ1만3,000원
인간은 감염병에 포획된 희생자인가. 수의학자인 마크 제롬 월터스가 쓴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책세상)’은 새로운 질병의 출현과 확산을 부른 주범으로 인간을 지목한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환경과 자연의 순환 과정을 파괴한 탓에 감염병의 역습을 받고 있다는 것. 그는 20세기 발생한 각종 전염병을 ‘에코데믹’(환경전염병)이라 부른다. 감염병을 물리치기 위해 필요한 건 인간의 각성이다.
◇마녀사냥은 누구든 당할 수 있다
위험한 요리사 메리
수전 캠벨 바톨레티 지음ㆍ곽명단 옮김
돌베개 발행ㆍ224쪽ㆍ1만2,000원
감염병은 인간 사회의 ‘혐오’ 바이러스도 덩달아 퍼뜨린다. 공포를 대신할 희생양을 찾기 위해 낙인과 차별이 판을 치면서다. ‘위험한 요리사 메리(돌베개)’는 20세기 초 뉴욕 상류층 가정에서 솜씨를 인정 받은 요리사 메리 맬런이 한 순간에 장티푸스 ‘슈퍼전파자’로 전락해 26년 간 격리병동에 유폐돼 삶을 마감한 기구한 사연을 추적한 책이다. 아일랜드 이민 노동자에다 싱글 여성이었던 메리. 보건당국과 언론은 감염병 사태의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마녀사냥에 나선다. 감염병 공포가 이성의 눈을 가릴 때 우리는 누구든 메리 맬런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가 진짜 싸움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
지승호 지음
시대의창 발행ㆍ356쪽ㆍ1만6,800원
코로나19 이전 우리는 2012년 메르스를 겪었다. 하지만 그때 교훈은 금세 잊혀진 듯 하다. 성급하게 낙관했고, 허둥댔고, 치밀하지 못했다. ‘바이러스가 지나간 자리(시대의창)’는 메르스 사태 때 현장을 지켰던 의사, 간호사 등 18명을 인터뷰한 책이다. 초기 방역 대응, 한국 공공의료의 문제점, 의료진들의 인권 문제까지 차분히 짚어볼 만한 대목이 많다. 메르스와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언제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올지 모른다. 방역과 치료가 끝났다고 바이러스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다시 닥쳐올 지 모를 재앙에 대한 대비를 시작할 때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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