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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등 돌리는 20대 ‘투표 이탈’ 조짐… 총선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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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등 돌리는 20대 ‘투표 이탈’ 조짐… 총선 변수로

입력
2020.03.09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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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서 55.9% “4월 총선 투표”… 8개월 만에 9.3%P↓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에서 4·15 총선 청년교육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관석 정책위수석부의장, 조정식, 김해영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8일 국회에서 4·15 총선 청년교육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관석 정책위수석부의장, 조정식, 김해영 의원. 연합뉴스

20대의 투표율이 4ㆍ15 총선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총선을 30여일 앞두고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 의사 비율이 거의 모든 세대에서 올라가는 추세이지만, 유독 20대 사이에선 하락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과 보수 야권에 대한 불신이 겹쳐 20대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고 있는 탓이다.

20대는 전통적으로 정치에 냉담했다. 2017년 대선 때는 달랐다. 20대의 투표율이 80% 가까이까지 치솟았고, 이는 문재인 정부 탄생의 동력이 됐다. ‘20대=진보 성향’라는 공식이 성립하지는 않지만, 20대의 이탈이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상대적으로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4월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한 20대(만 18~29세) 응답자는 55.9%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조사(65.2%)보다 9.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30대(지난해 6월 74.8→올해 3월 77.7%) 40대(81.4→83.8%) 50대(79.2→84.4%) 60세 이상(80.7→85.8%) 등 2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선 같은 기간 적극적 투표 의사층이 늘었다.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대 투표 이탈은 더 두드러진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20대의 투표율은 41.5%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고, 4년 뒤인 20대 총선에선 52.7%까지 올라 처음으로 30대(50.5%)를 앞섰다. 촛불 집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2017년 대선 당시 20대 투표율(76.1%)은 30대(74.2%)와 40대(74.9%)를 제쳤다. 이듬해 지방선거 때 20대 투표율은 52.0%로, 30대(54.3%), 40대(58.6%)보다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20대의 투표 냉담 성향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목할 부분은 현재 20대 중 절반 이상이 ‘20대 투표율 상승기’인 16년 총선ㆍ17년 대선ㆍ18년 지방선거를 모두 거친 1991~1996년생(24~29세)이라는 점이다. 20대의 마음이 돌아선 이유는 뭘까.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정치 참여가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고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이 하락했다. 20대는 촛불 집회가 나라를 통째로 바꾸는 걸 지켜 본 뒤 투표장으로 몰려 갔다. 기대감도 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20대 사이에서 90%에 달했다. 하지만 기대뿐이었다. 체감 실업률인 청년층(15~29세)의 확장 실업률은 2018년(22.8%)과 2019년(22.9%)을 거치며 연달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조국 사태’ 는 ‘공정’의 가치에 가장 예민한 세대인 20대에 깊은 상처를 줬다. 이에 한국갤럽의 지난달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20대 사이에서 44%까지 떨어졌다. 전 연령대 중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당파성과 거리가 먼 것이 20대의 성향이기도 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20대의 정당 지지도는 더불민주당이 28%, 미래통합당이 8%, 무당층 52% 등으로 조사됐다. 문화일보ㆍ엠브레인이 1월 12, 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20대 49.5%가 무당층으로 집계됐다. 반면 다른 연령대에선 무당층이 30% 안팎에 그친다. 장승진 국민대 교수는 8일 “20대는 문재인 정부에서 기대했던 만큼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지만 통합당도 싫어한다”며 “그들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은 투표 불참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대의 이 같은 변심은 총선에서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방송 3사의 2017년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문재인 후보는 47.6%, 홍준표 후보는 8.2%를 득표했다. 이듬해 광역단체장(17곳) 선거에서 20대의 표는 민주당 후보들(44.3%)에 쏠렸고, 한국당 후보들의 득표율은 5.6%에 그쳤다. 20대가 투표하지 않을수록 민주당 표가 빠진다는 얘기다. 촛불 정국 이후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던 50대의 이탈도 심상치 않다. ‘진보 성향인 20~50 세대 대 보수 성향인 60세 이상’의 구도에 금이 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민주당은 20대 구애에 나섰다. 공공 와이파이 5만3,000개 구축과 청년ㆍ신혼주택 10만호 공급을 약속한 데 이어 8일 국립대 ‘반값 등록금’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20대와 그들의 부모인 50대를 동시에 노린 전략이다. 하지만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20대가 ‘민주당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느껴야 하는데 조국 사태에서 말뿐이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청년들이 살기 어려우니 정치권이 도와 준다는 수준으로는 20대 이탈을 막기 어렵다”고 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몇 년 사이 젊은층의 정치 참여가 높아지며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리란 기대감이 컸는데 원상태로 돌아갔다”며 “여야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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