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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에이징] 줄기세포, 코로나19 치료제될까?

입력
2020.03.09 19: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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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줄기세포. 게티이미지뱅크
줄기세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곧 개발된다’ ‘새로운 바이러스 변종이 생기면서 더 위협적으로 변했다’ 등등.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부정확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는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보다 전파력과 치명률이 높다. 하지만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에만 의존하면서 치료제 개발이 절실하다. 게다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8~10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고 있다.

코로나19는 기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전적 재조합을 통해 변이된 신종 바이러스다. 코로나19는 RNA에 기반했기에 유전자 재조합 능력이 무척 뛰어나 시시각각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어 더 위협적일 수 있다.

중국 연구팀은 코로나19 발병 초기엔 공격적인 L형 바이러스가 많았지만 지난 1월 이후 점차 줄어들면서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정체를 바꾸면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칼레트라(HIV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말라리아 치료제) 등 다른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코로나19 치료에 원용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 등 6개 병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다.

파비피라비르를 주성분으로 한 일본산 신종플루 치료제 아비간이 코로나19 치료에 유용하다는 연구가 나오면서 국내 수입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인 렘데시비르를 이미 코로나19 치료제로 쓸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이 개발한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 약물도 임상 시험을 추진 중이다.

이들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RNA 생성을 차단하는 효과는 있지만 코로나19를 직접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바이러스 RNA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발현돼야 하는 RNA의 생성도 막는다는 게 문제다. 이들 치료제는 특히 부작용 위험이 높아 임신부에게 투여할 수 없고, 통풍ㆍ고요산혈증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중국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중환자가 회복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간엽 줄기세포(MSCs)’를 이용한 5건의 임상시험과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이 80건 넘게 진행되고 있다. 중간엽 줄기세포는 수정란이 분열해 생긴 중배엽에서 분화된 연골ㆍ골조직ㆍ지방조직ㆍ골수 기질 등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왜 갑자기 각광을 받게 됐을까. 중간엽 줄기세포는 강력한 항염증 작용과 면역 조절 기능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손상된 조직과 기관을 재생ㆍ복구하는 데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NK세포ㆍT세포ㆍB세포 등 선천적 면역뿐만 아니라 후천적 면역세포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면역력을 크게 높이기 때문이다.

제1ㆍ2형 당뇨병, 급성간손상, 관절염, 죽상동맥경화증, 복막염, 내독소혈증(endotoxemia), 이식편대숙주증 등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면역장애도 완화하는 작용을 한다.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에 의한 면역학적 이상, B형 간염 바이러스로 인한 만성 간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 폐 손상 등과 같은 바이러스 질병에 훌륭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하면 상ㆍ하기도 등에 염증이 생길 뿐만 아니라 폐렴도 유발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그런데 실험 쥐ㆍ돼지 등을 이용한 임상실험을 통해 중간엽 줄기세포와 이 세포가 분비하는 세포외소포체(MSC-EV)는 항염증 효과와 바이러스로 인한 폐 손상을 줄여준다는 것이 입증됐다. 세포외소포체를 이용해 폐조직 손상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달 발표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이 지금도 고통을 받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 위협받고 있다. 중간엽 줄기세포와 세포외소포체가 코로나19 치료의 대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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