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 본회의에서는 흔히 ‘혁신산업’의 대표 기업으로 불리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모빌리티업체 타다의 운명을 가르는 법안들이 각각 처리됐다.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삭제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여당 의원들의 대거 반대표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주주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증자를 하지 못하고 있는 케이뱅크에겐 사실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반면 타다의 현재 운행 근거를 없애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여야 의원 대다수의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들 두 기업은 공교롭게도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며 혁신산업 발전을 독려했던 대상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인터넷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붉은 깃발법’에 비유했다. 그는 “인터넷은행 규제 혁신이야말로 고인 저수지의 물꼬를 트는 일이고 금융과 신산업 혁신성장으로 이어져 한국경제 성장에 새 물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문재인정부 혁신성장의 상징 정책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택시 하는 분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 같은 혁신적인 영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타다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의 혁신 공언이 무색하게 여당은 케이뱅크 지원에 반대하고, 타다 영업에 비수를 꽂은 셈이 됐다.
두 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광범위한 고객층을 상대해 왔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 쉽고 빠른 비대면 대출과 시중은행들이 꺼리던 중금리대출로 2030세대와 중신용자들에게 호평 받았지만 벌써 1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타다 역시 기존 택시의 불친절에 지친 이용자들에게 돌풍을 일으켰지만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과 입법부의 판단이 매번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말하는 혁신과 여당이 표결하는 혁신의 결과가 다르다면 국민들은 헷갈린다. 이번 사건으로 향후 정치권의 표 계산과 이상론에 신산업 혁신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대통령과 여당의 혁신이 다르니 대체 어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IT업계 관계자의 한숨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허경주 경제부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