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줌바댄스發 94명 확진… 분당병원 내 감염도 추가 환자
박능후 장관 자화자찬 이어 정세균 총리 “조만간 변곡점 희망”
급증하던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 수가 최근 확연하게 감소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회 신도 전수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여파로 풀이된다. 하지만 병원감염 등 소규모 집단감염이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최악의 경우 신종 코로나가 전국적 대유행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 와중에 컨트롤타워인 정부는 낙관론에 기댄 장밋빛 전망을 연일 쏟아내는 상황. 전문가들은 “방역 현장과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9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는 전날 같은 시간보다 165명이 늘어 총 7,478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대비 사망자는 4명 증가해 총 54명으로 늘었다. 국내 신종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오전 0시 기준)는 5일 518명 이후 6일 483명, 7일 367명에 이어 8일에는 248명 등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면서 증가 추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의료기관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추가 전파가 이뤄지면서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실제 신천지 대구교회가 구심점이 됐던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은 최근에는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줌바댄스 집단 감염사태로 이 지역에서만 이날까지 94명이 확진됐다.
이달 4~8일 사이 충북 괴산군 장연면 오가리에선 신종 코로나 환자 10명이 발생했으나 아직까지 감염원을 특정하지 못했다. 수도권에서도 두 번째 병원 감염이 발생한 경기 성남시 소재 분당제생병원에선 병원 내 추가 감염은 물론, 지역사회 전파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현재까지 발생한 환자 중 79.7%가 집단감염으로 발생했다.
이날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도 현재까지 직원과 그 가족 총 27명이 신종 코로나로 확진된 집단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전날 이 콜센터에 근무하는 50대 여성이 확진되자, 구로구는 전체 직원 207명 중 54명을 대상으로 우선 진단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중 13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외에도 해당 콜센터에 다니는 은평구 거주 50대 여성과 남편, 인천 거주 직원 11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검사가 진행될수록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
이렇듯 전국 곳곳에서 소규모 감염이 꼬리를 물면서 방역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의료기관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중심으로 추가 전파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2차ㆍ3차 소규모 유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느냐에 따라 이후 유행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인구 밀도가 높은 수도권에 소규모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들어 “언제든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는 초긴장 상태”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역을 책임진 수장들은 긴장의 끈을 놓은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정세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국무총리)는 이날 “가파르게 치솟던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다”며 “조만간 변곡점을 만들 수 있으리란 희망이 보인다”고 반색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도 전날 “한국이 새로운 방역관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종식될 것”(지난달 13일)이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뒤 확진자가 급증한 것처럼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섣부른 낙관론이 되풀이되면서 긴장을 흩어지게 해 방역 실패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오종원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은 이미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을 지났다”며 “정부의 막연한 낙관론은 오히려 방역현장과 국민들에게 혼선만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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