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소비 냉각… 추경 효과 제한적, 현금 지급을”
“쌈짓돈 있다고 적극 소비 안 해… 재정 건전성만 악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완화할 ‘재난기본소득’도입 논의도 활발해 지고 있다. 당장 생계와 소비를 살릴 현금을 쥐어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만만찮은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재난기본소득의 실효성과 후폭풍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재난기본소득 도입 논리는
10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는 편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내수 시장에 아예 돈이 돌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강조한다.
이런 내수 위축은 소득과 일자리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내수 시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악순환 고리로 연결된다. 다소 파격적이지만 국민 대다수에게 일정 금액 이상 현금을 조건 없이 지급해, 꽉 막힌 돈줄을 조금이라도 풀자는 게 재난기본소득 도입론자들의 논리다.
물론 정부도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는 △자동차 소비세 인하 △저소득층 소비쿠폰 지급 △가전기구 구입 시 구매금액 일부 환급 등의 소비 활성화 정책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런 혜택은 자동차, 가전기구를 구입하거나, 일정 수준 이하 소득계층만 받을 수 있다. 광범위한 재난기본소득보다 경기부양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민간정책연구기관인 LAB2050의 윤형중 정책팀장은 “코로나19로 직접적 피해를 본 사람을 선별하는 과정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일단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이 급한 불을 끄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경제 살리기 효과 있을까
하지만 막상 도입한다 해도 경기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안 될 거란 지적도 나온다. 감염병 확산 공포가 최고조인 상황에서 통장에 50만~100만원의 ‘쌈짓돈’이 들어왔다고 이를 적극적으로 쓰러 나서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 계층은 돈을 지원받는다 해서 무조건 이를 소비에 쓰지 않는다”며 “재난기본소득 정책은 국가가 지는 재정 부담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부담은 막대한 규모의 재정 소요다. 전국민에게 50만원씩이면 약 25조원, 100만원씩에는 51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당장 올해 추경을 위해 10조원 규모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40%를 넘게 됐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규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적자국채를 더 발행한다면, 국가채무비율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 악화는 정부가 쓰는 재정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위기상황이라 해도 아무 조건 없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복지 정책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이런 정책 제안이 그 자체로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 최근 온라인 상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 “무책임한 세금 퍼붓기”라는 비난 댓글이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 것도 아니고, 앞으로 얼마나 확대될지 모르는데 빚을 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안기면서 현금 퍼주기를 한다는 것은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며 “아무리 선거철이라 해도 나중에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쳐야 할 절차는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이기도 한 박원순, 이재명, 김경수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잇달아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이 도입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국회에서 논의 중인 추경안을 재난기본소득과 연계해야 할 지부터 정치권에서 조율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책임진 정부로서는 스스로 추경과 별도의 재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에 보고된 추경안을 재난기본소득과 연계해 심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