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당 전략기획위원회가 비례대표 연합정당(비례연합정당) 합류 쪽으로 당내 여론을 몰아 가고 있다. 친문재인계 핵심 인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총대를 멘 것이다. “강성인 두 사람이 당의 여론 수렴 과정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연구원 보고서를 이근형 위원장이 당에 전파하는 식으로 여론 조성이 이뤄지고 있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6일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에 4ㆍ15 총선 투표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했다고 한다. 정의당 없이 민주당이 단독으로 참여하면 민주당ㆍ비례연합정당은 149석을 얻고, 미래통합당ㆍ미래한국당은 137석을 얻는다는 내용이었다.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이 위원장이 보고서를 직접 브리핑했고, 이후 당 지도부에서 비례연합정당 불가피론이 확산됐다.
이 위원장은 같은 보고서를 10일 비공개 의원총회에도 들고 나왔다. 프로젝터를 사용해 국회 의원총회장에 커다랗게 띄운 보고서는 △비례연합정당이 없는 경우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이 따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경우 △민주당이 정의당 없이 단독으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이 모두 참여하는 경우 각각의 의석 수를 예상한 내용이었다. ‘숫자’를 내밀어 의원들을 설득한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왔다. 이에 원외라 몸이 가벼운 양 원장과 이 위원장이 여론전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를 대표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위해 12일부터 진행되는 전체 당원 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최고위원은 “민주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중도층의 이탈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계산 자체도 불투명하고 부정확하다”고 일축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