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시장 개입할 듯… 금융당국 관계자 “시장 면밀히 점검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국면에서 주식시장이 비상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금융당국은 ‘연기금 동원’ 카드를 꺼내 들 계획이다. 나아가 이런 증시 유동성 공급 대책마저 통하지 않으면 현재 ±30%인 ‘일일 주가 등락 제한폭 축소’ 같은 적극적인 시장 개입도 고려하고 있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는 상황에 맞춰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실행할 방침이다.
우선 금융위는 지난 10일 발표한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확대’에 이어 연기금 동원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국내 증시 큰손인 연기금을 통해 매수세를 유입시켜 단기적으로 시장을 떠받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미 지난 9일 유사한 대응책을 사용했다. 코스피가 4%대로 급락하자 연기금을 제외한 금융사 기관투자자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고, 다음날(10일) 기관들이 6,113억원 어치 주식 순매수에 나서며 주가 흐름을 0.42% 상승으로 되돌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황이 심각해지면 정부가 직접 연기금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유동성 공급 방안으로 증시안정펀드가 부활할 수도 있다. 증시안정펀드는 증권 유관기관들이 자금을 출연해 펀드를 만들고 이를 통해 증시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5,150억원을 증시에 자금을 투입했다.
금융위는 이런 유동성 공급이 무색해질 경우까지 대비하고 있다. 현재 고려 중인 방안은 ‘주가 등락 제한폭 조정’이다. 현재 일일 주가 상ㆍ하한폭은 각각 +30%, -30%인데, 이 범위를 가령 ±20%로 좁히면 패닉 장세에서 더 큰 하락폭은 막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에서 평상시에도 자동 발동되는 사이드카, 서킷브레이크 같은 일시적 거래정지 제도는 제외하고 인위적으로 당국이 개입하는 방법을 모은 것이 ‘비상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 비상 수단을 써야 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가 5% 이상 급락해 매도 거래가 5분간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했지만, 이런 상황에도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액이 약 9,000억원에 이를 만큼 매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 3월 중 개인 투자자가 순매도로 돌아선 건 4일(-38억원) 뿐이었고, 나머지 거래일에는 모두 순매수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기금 동원이나 상ㆍ하한가 조정 같은 방법은 불가피한 상황에 사용해야 하지 무조건 선제적으로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확대 역시 공포심을 잠시 진정시킬 필요에 시행한 것으로 현재 고려 중인 방안들은 개인과 외국인이 동반 매도가 거세질 경우 시행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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