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 이후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오며 승승장구하던 ‘미스터트롯’이 유종의 미(美)를 잃어버렸다.
지난 해 2월 TV CHOSUN에게 역대급 흥행을 안겨주며 트로트 붐에 불을 지핀 ‘미스트롯’ 이후 당차게 출발을 알린 ‘미스터트롯’은 지난 1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전작을 뛰어넘는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해왔다.
첫 방송 시청률 12.5%로 출발한 ‘미스터트롯’은 지난 2월 방송된 8회에서 30%대 시청률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데 이어 지난 12일 방송된 결승전 방송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35.7%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종편 채널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초대박’ 시청률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역대급 성적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미스터트롯’의 뒷맛은 개운하지가 않다. 앞서 남긴 기록들이 무색하게도 결승전을 앞둔 이들을 두고 연일 각종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논란의 시작은 제작진이 출연자인 임영웅을 편애한다는 ‘편애 논란’이었다. 앞서 온라인 상에 ‘미스터트롯’ 작가가 자신의 SNS에 참가자인 임영웅의 ‘보랏빛 엽서’가 음원 차트에 진입한 것을 축하하며 ‘장하다 내새끼’라는 글을 남긴 것이 포착되면서였다.
결승전을 이틀 앞두고 뜻하지 않은 논란이 확산되자 ‘미스터트롯’ 측은 재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제작진은 지난 10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해당 게시물은 참가자의 담당 작가가 참가자의 곡이 차트인 된 데 대한 놀라움을 표현한 것일 뿐,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각의 우려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편애 논란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해당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 ‘미스터트롯’을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는 ‘갑질 계약 논란’이었다. 지난 11일 한 매체는 ‘미스터트롯’ 측이 출연자와 작성한 계약서를 공개하며 TV CHOSUN 측이 출연자들에 대해 부당하고 불리한 조항을 내세웠으며, 1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위약벌 조항으로 출연자들을 위축시켰다고 보도했다.
예선 탈락자에게는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계약 해지와는 별개로 채널 측이 출연자에게 일억 원의 위약벌 및 계약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조항들이 공개되면서 논란은 확대됐다.
연이은 논란에 TV CHOSUN 측은 당일 오후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유사한 출연 계약이며, 사전에 법률 자문을 받아본 결과 특별히 불공정하다는 의견은 없었다. 또한 출연자들과 사전에 협의된 사항이고 출연진 역시 적극 동의한 점을 알린다”고 해명했지만, ‘미스터트롯’의 이미지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논란은 결승전 방송 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12일 생방송 당시 진행한 대국민 문자투표수가 773만 표를 돌파한 가운데,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하지 못하며 최종 우승자인 ‘진’ 발표를 보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현장 MC인 김성주는 물론, 7인의 결승 진출자들과 시청자들까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제작진은 13일 두 차례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인 뒤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예상 시일보다 더 빠르게 복구를 끝마쳤으며, 오는 14일 오후 7시 뉴스가 끝난 후 즉시 이어지는 특별 생방송을 통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황담함과 실망감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만 15세 미만인 결승 진출자 정동원의 ‘새벽 생방송 참여 논란’까지 불거지며 ‘미스터트롯’은 유종의 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미스터트롯’ 측은 “정동원 본인이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고, 아버지가 동의서를 작성했으며 현장에 함께 있는 상태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다수의 민원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들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공들여 세운 탑’이 단 3일 동안 휘몰아 친 논란에 무너졌다. 분명 축배를 들기에 충분한 결과물을 남겼음에도 ‘미스터트롯’은 축배대신 논란 진화에 급급해졌다. 제작진의 미숙하고 안일한 태도가 역풍으로 돌아 온 모양새다. 승승장구 속 달려왔던 2개월 여의 시간이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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