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스타트업리포트]스타트업 티킷, “전세계 입장권 판매 방식 바꿔놓을 것”

입력
2020.03.17 06:45
수정
2020.03.17 10:50
0 0

[34회]UMF 들여온 정효섭 티킷 대표 “온라인 영향력 이용한 입장권 유통 플랫폼 개발”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은 전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유명한 세계적인 전자음악(EDM) 축제다. 매년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 24개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EDM 분야의 세계적인 음악가 수백 명이 참여하고 수십 만 관중이 몰린다.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입장권이 일찌감치 매진될 정도로 인기여서 세계적인 기업들도 대거 후원한다.

국내에서는 입장권 플랫폼을 개발한 신생(스타트업) 기업 티킷의 정효섭 대표가 2012년에 들여와 매년 ‘울트라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UMF가 열린다. 올해는 6월 20, 21일 이틀간 서울 잠실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대규모로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정효섭 티킷 대표가 자체 개발한 입장권 플랫폼 솔루션을 통해 가상으로 한국일보 후원 행사 초대권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정효섭 티킷 대표가 자체 개발한 입장권 플랫폼 솔루션을 통해 가상으로 한국일보 후원 행사 초대권을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홍인기 기자

◇코로나19 한파에 얼어붙은 공연계

그런데 여기에 심각한 변수가 생겼다. 바로 전세계를 휩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마이애미에서 이달 20~22일 열릴 예정이었던 미국 UMF는 코로나19 때문에 1999년 1회 행사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급히 취소됐다.

울트라 코리아의 6월 개최도 검토중이다.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되고 있어서 올해 행사 시기를 뒤로 미룰 수 있습니다. 공연업계가 다음달 중순까지 코로나19 사태를 지켜보는 분위기여서 이후에 개최 일정을 다시 검토할 겁니다.”

올해 울트라 코리아는 EDM 분야의 국내외 유명 음악가 약 100팀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의 행사 참가도 안개 속이다. “전세계 음악가들이 한국에 올 예정이었는데 한국 방문을 제한하는 나라도 있고 국가마다 해외 방문 정책이 달라서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참가팀도 조율중입니다.”

울트라 코리아 뿐 아니라 올해 공연계는 코로나19 한파로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공연계는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각종 후원도 재검토되고 입장권 판매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공연자들 섭외도 취소되고 있구요.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상태에요.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릴 수 밖에요.”

정 대표도 해외 출장을 모두 취소한 채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달에 UMF와 관련된 2건의 미국 출장, 다음달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할 F1 자동차 경주대회 행사 출장, 5월 대만 출장까지 모두 취소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며 내실을 다지는 준비기간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에서 열린 울트라코리아 2019 행사. 티킷 제공
지난해 경기 용인의 에버랜드에서 열린 울트라코리아 2019 행사. 티킷 제공

◇’성공시대’와 UMF로 다진 사업가의 꿈

정 대표가 UMF를 국내에 들여온 과정을 보면 꿈을 향한 집념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사업가가 꿈이었다. “TV에서 기업인들을 다룬 ‘성공시대’ 등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나중에 성공해서 만나고 싶다는 편지를 주인공들에게 보냈어요. 안되거나 막힌 것을 푸는 일(솔루션)을 좋아했는데 사업가들에게서 해결사의 면모를 봤죠.”

대학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한 그는 졸업하자마자 24세때 실내장식 사업을 시작했다. 새롭게 건물의 내부를 꾸며주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아 돈을 곧잘 벌었다. 그 돈으로 의류 사업을 시작해 번창했으나 더 많은 돈을 벌려고 뛰어든 건설업이 화근이었다. “그때까지 번 돈을 모두 잃고 신용불량자가 됐죠.”

부모에게 돈을 빌려 휴대폰 판매점을 하며 다시 시작했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4년 만에 개인회생제도를 통해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때 정 대표는 지인의 공연 회사 일을 돕다가 EDM을 알게 됐다. “2009년 서울 난지도에서 열린 월드DJ 페스티벌에 갔다가 EDM에 빠졌고 구글을 통해 UMF를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UMF를 국내에 들여오기로 하고 국내외 가리지 않고 다니면서 관계자들을 만났다. “처음에는 영어를 전혀 못했어요. 그런데도 무작정 해외 UMF 관계자들을 찾아갔죠. 대화를 할 수 없으니 바보가 된 느낌이었어요.”

정 대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좌충우돌 사람들과 부딪치며 필요한 생활 영어들을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어 놓고 무조건 외웠다. 지금도 그는 각종 영어 표현들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고 연습한다.

부쩍 늘어난 영어 실력만큼 세계적인 공연기획사들 및 관계자들과 만남이 늘었다. 덕분에 정 대표는 2012년 UMF의 국내 개최권을 획득했다. 이제 그는 아시아 EDM 공연계에서 전문가 ‘리처드 정’으로 통한다. “예전에 영어를 못한다고 외면했던 해외 공연계 인사들이 이제는 개인 파티에 초청할 정도로 친해졌어요.”

정 대표가 만든 울트라 코리아는 매년 2,3일 행사 기간 동안 일 평균 7만~8만명씩 입장한다. 입장료만 12만~22만원에 이르는데도 표를 구하기 힘들 만큼 인기다. 국내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도 관객들이 많이 온다. “울트라 코리아 행사를 하면서 전세계 공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사업 목표가 전세계 공연 시장이 됐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정효섭 티킷 대표가 나스닥 상장 목표를 등 뒤에 적은 회사 티셔츠를 인터뷰 자리에 입고와서 보여주고 있다. 홍인기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정효섭 티킷 대표가 나스닥 상장 목표를 등 뒤에 적은 회사 티셔츠를 인터뷰 자리에 입고와서 보여주고 있다. 홍인기 기자

◇’가자, 나스닥으로’ 전세계 공연 시장 바꿔 놓을 입장권 유통 플랫폼 개발

1년 넘게 준비해 2016년 설립한 스타트업 티킷은 전세계 공연 시장을 겨냥한 입장권 플랫폼 업체다. 정 대표가 만든 입장권 플랫폼 ‘티킷’은 초대권 제작부터 판매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이트다. 원하는 행사를 기획해 입장권을 제작하고 온라인의 영향력 있는 사람을 통해 행사 선전과 입장권 판매까지 인터넷으로 진행한다. 인터넷으로 판매한 입장권은 그가 개발한 특허 기술에 따라 누구를 거쳤는지 경로 추적과 실제 입장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티킷은 지난해 울트라 코리아를 비롯해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벤츠 발표회 등 100건 이상의 행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초대권 판매 회원만 10만명이 넘는다. 회원들은 입장권을 배포하며 입장권 가격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많이 팔수록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티킷은 행사 기획사와 입장권 판매자를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정 대표는 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입장권 판매자들을 회원으로 대거 확보했다. “자연스럽게 입장권 판매에 영향력이 큰 인맥 지도가 형성됐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사에 오도록 입장권을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죠.”

정 대표는 일련의 과정이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관련 특허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입장권 제작부터 배포, 경로 추적 및 데이터베이스 활용까지 6건의 특허를 출원했죠.”

정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를 도약을 위한 준비 기회로 삼을 생각이다. “그동안 행사 준비 때문에 하지 못했던 티킷 플랫폼의 기능 개선과 홈페이지 개편을 할 예정입니다. 티킷 플랫폼의 이용자환경(UI)을 카카오톡 메신저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꿀 생각입니다. 6개월 개발 일정을 잡아놓고 3분기 이후를 목표로 모바일 웹까지 새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정 대표의 장기적인 목표는 전세계 입장권 유통 방식을 인터넷으로 바꿔 티킷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다. 그는 의지를 보여주듯 인터뷰 자리에 ‘나스닥에 가자’(Let's go Nasdaq)라는 문구를 등 뒤에 영어로 적은 회사 티셔츠를 입고 왔다. “앞으로 입장권 판매 방식도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얼마나 영향력이 큰 사람들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되죠. 그런 점에서 미래를 준비한 티킷은 더 강해질 것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