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中 유학생들 성금 전달
“지나가지 않는 겨울이 없고 오지 않는 봄이 없듯이, 대구시와 한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빨리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10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 죽전캠퍼스 생활관, 웅비홀 앞. 2주간 굳게 닫혀 있던 생활관 문을 열고 소감을 말하는 중국인 유학생 대표 류원하오(刘文豪ㆍ34ㆍ체육학과 박사과정)씨의 표정은 밝았다. 그 옆에 선 천링운(陈凌云ㆍ37ㆍ조형예술학과 박사과정)씨도 “하나된 마음으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2주간의 격리 기간을 보냈다”며 “세심하게 배려해 준 용인시와 학교, 국제처 소속 직원 선생님들께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단국대 중국인 유학생 163명은 단 한 명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없이, 무탈하게 자율격리를 해제했다. 하루 종일 혼자 먹고, 지내며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도 있었지만, 류원하오씨와 천링운씨의 주도로 유학생들은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냈다. 다름 아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을 통해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폭증한 대구시에 전달할 성금을 모금한 일이다.
한국과 학교 측이 중국과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데 대해 답례를 표하고 싶다는 생각이 발단이 됐다. 류원하오씨는 “중국에서 코로나로 힘들어했을 때 한국에서 많은 지원을 해줬고,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어려움이 곧 우리의 어려움이다’라고 말한 것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대구시에 자원을 지원하면 안정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모금 운동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단 24시간만 모금을 진행했는데, 98명이 참가해 230만원을 모았다. 모금 시간이 너무 짧아, 뒤늦게 알고 아쉬워한 학생도 많았다고 류원하오씨는 귀띔했다. 학생들의 모금 소식을 들은 김수복 단국대 총장이 100만원을 보탰고, 학교 측은 총 330만원을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에 전달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당초 마스크를 사서 전달하고 싶었지만 구하기가 어려워 현금으로 대신했다.
모금에 참여한 리하이싱(李海星ㆍ30ㆍ중국어통번역학과 박사과정)씨는 “학교가 공항에서 픽업해 기숙사까지 데려 오고, 자율격리 하는 동안에는 아침, 점심, 저녁을 제공하고, 생활용품까지 지원해줬다”며 “한국인도 아닌 유학생에게 이렇게 학교가 따뜻하게 보살펴주니 저희도 뭐라도 하고 싶어서 동참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격리는 안전을 위해서니까 반감을 가지는 학생은 없었다”며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유학생들은 자율격리 기간이 답답한 시간이기보다는 ‘아름다운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천링운씨는 “한국이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모습과 의료진의 노력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격리 기간에 관련 작품을 만들면서 오히려 좋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그린 그림에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한국 의료진의 모습 뒤로 ‘대구 시민 여러분 힘내세요’라는 한국어 문구에 ‘힘내라’는 의미의 중국어 ‘찌아요(加油)’도 함께 넣어 신종 코로나 극복을 응원했다.
16일 단국대가 온라인 강의를 우선으로 개강하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은 새로 배정 받은 기숙사에서 머물며 캠퍼스 속 일상으로 복귀를 시작했다. 김수복 단국대 총장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펼친 것이 대견하고 단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며 “내국인과 외국인 구분 없이 안전한 캠퍼스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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