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4ㆍ15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의 명단과 순번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16일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마이웨이 깜짝 공천’에 당내 최고위원들이 반발하면서 공천 발표가 지연됐다.
한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날 확정한 40명의 공천자 명단과 순번은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에서 가로막혔다. 의결 전에 유출된 명단은 한 대표의 ‘나홀로 공천’으로 요약된다.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만큼, 두 당이 ‘짬짜미 공천’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통합당이 총선을 겨냥해 영입한 인재들의 이름은 20번 전후인 당선권에서 전멸하다시피 했다.
통합당은 여성 몫인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 관장을 밀었다. 그러나 윤 전 관장은 21번을 받았다. 통합당 인재들 중엔 그나마 윤 관장이 가장 앞 번호에 배치됐다. 통합당 1호 영입 인재인 탈북자 출신의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NAUH) 대표는 40명의 명단 안에 들지도 못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 사퇴할 경우 비례대표직을 물려받는 ‘예비 명단’에 4번으로 겨우 이름을 올렸다. 윤 관장과 지 대표는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로, 황 대표는 최근 한 대표를 만나 윤 관장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번을 받은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3번인 김예지 시각장애 피아니스트는 한 대표가 영입한 인물들이다. 이어 신원식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이 2번을 받았고,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이 4번에 배치됐다. 보수 성향 유튜브채널 '호밀밭의 우원재'를 운영하는 우원재씨가 8번, 이용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이 10번, 신동호 전 MBC 아나운서 국장은 14번, 통합당에서 이적한 정운천 최고위원은 18번에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빠졌다.
이 같은 명단이 흘러나오면서 미래한국당은 발칵 뒤집혔다. 긴급최고위원회가 열렸지만,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떠나면서 중단됐다. 한 대표는 두문불출했다. 통합당도 당혹스러워했다. 염동열 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은 “한선교 대표와 미래한국당 최고위원회는 재심과 재논의를 해 달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통합당이 미래한국당 공천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큰 데다 미래한국당이 통합당의 ‘꼼수 정당’임을 시인하게 된다는 것이 통합당의 딜레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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