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으로 주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부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주민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탄광이나 공장, 농장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의 사진에서 마스크의 모양이나 색감이 어색해 합성 또는 조작 의혹이 인다.
지난 15일 노동신문이 보도한 ‘청천강-평남 관개물길 건설 평양시여단의 지휘관들과 돌격대원들이 물길 굴 공사에서 연일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사진①)’는 제목의 1면 사진을 보면 나란히 서서 한 쪽을 응시하는 노동자들의 마스크가 얼굴의 곡선면과 분리돼 있는 듯 보인다. 색감 또한 주변과 전혀 다르다. 합성에 대한 강한 의심은 굴 벽면에 붙어있는 포스터에서 확신으로 바뀐다. 울퉁불퉁한 굴 벽면과 전혀 맞지 않게 평면으로 부착된 포스터는 한눈에 봐도 영 부자연스럽다.
14일 보도한 ‘삼지연시꾸리기 3단계 공사장(사진②)’의 경우 한쪽에서 작업 중인 인부가 마스크를 썼지만 고리가 귀에 걸려져 있지 않다. 맨 뒤에 있는 인부를 포함한 다른 노동자들의 마스크 또한 색감이 도드라지게 강조돼 있다.
17일자에 실린 ‘서성구역 상신초급중학교, 성과 이룩(사진③)’ 기사용 사진은 모든 등장 인물이 착용한 각기 다른 색상의 마스크가 어색하다. 마스크의 모양 또한 얼굴 곡선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4일 보도한 ‘강서 분무기 공장(사진④)’ 역시 마스크의 색감과 모양에서 조잡한 수준의 조작 흔적이 보이고 사진⑥과 사진⑦도 마스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하얀 마스크 위에 인위적으로 색감을 넣어 채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의 이 같은 마스크 사진 조작 의혹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거”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방역과 마스크 등으로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주민들, 특히 노동자 농민 계급에게 나눠줄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최근 발간한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코로나19 상황 보고서’에서 중국과 북한 등 동아시아태평양 14개 국가를 위해 2,7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니세프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에서 8.000만명에게 코로나19 관련 건강보호장비 등을 제공했다”면서도 대북 지원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안면보호대와 보안경, 마스크, 장갑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 물품이 북중 국경도시 단둥에 도착해 있으며 이번 주 안으로 평양 등 북한 내 주요 도시에 전달될 예정이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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