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세입경정 예산 대폭 줄이고 소상공인ㆍ차상위층 등 지원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17일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 5일 정부가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한 지 13일 만이다. 여야는 줄다리기 협상 끝에 세수 부족분을 메우는 세입경정을 대폭 삭감하는 대신,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대구ㆍ경북(TK) 지원 예산을 1조원 이상 늘리는 방식으로 정부안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세수 부족과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할 때 ‘2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재석의원 225명 중 찬성 222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이 같은 내용의 추경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번 추경안은 정부가 제출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 추경’ 원안에서 3조1,000억원을 삭감하고, 그 규모만큼 TK 예산 등을 늘렸다. 총액 기준 정부안 규모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여야는 올해 세수 부족분을 메울 세입경정 예산 2조4,000억원을 감액하고 이를 세출예산으로 쓰기로 했다. 정부는 경기 침체 여파로 올해 본예산 지출에 필요한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되자, 이번 추경에서 적자국채를 발행해 지출과 수입의 차이를 메울 계획이었다. 여야 논의를 거치며 2조4,000억원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또 여야는 세출예산 8조5,000억원 중 코로나19와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에서 7,000억원을 삭감했다. △고용창출장려금(4,874억원ㆍ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 고용 시 연 900만원씩 3년 지원) △전력효율향상(3,000억원ㆍ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10% 환급) 등이다.
세입ㆍ세출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3조1,000억원 중 1조원은 코로나 19 피해가 큰 TK 지역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편성됐다. 당초 정부안에 TK 예산은 6,200억원 규모였는데, 국회 논의를 거치며 크게 늘어난 것이다. 나머지 2조1,000억원은 △소상공인 지원(+1조2,000억원) △민생안전(+8,000억원) △저비용항공사(LCC) 피해업종 자금지원(+4,000억원) △감염병 대응(+1,500억원) 등의 사업을 증액하는 데 사용했다.
17일 오전까지 추경안의 국회 처리 여부는 불투명했다. 핵심 쟁점은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TK 지역에 대한 예산 증액 규모였다. 통합당은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폭 증액을 요구했고, 민주당은 정부안(6,200억원)의 2배 수준에서 합의하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시작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사 회동은 40분만에 빈 손으로 끝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3당 원내대표가 ‘전화 협상’에서 TK 예산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며 물꼬가 트였다.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2차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가 일단 올해 세수 감소 부분을 이번 추경에 반영하지 않고 지출만 더 늘리기로 한 만큼, 세수 감소를 반영하는 추경을 또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지난해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결손에다, 코로나발 경기침체가 겹치면 하반기로 갈수록 세수 펑크가 심각해질 수 있다. 외환 위기로 세수 부족이 5조5,000억원에 달했던 1998년에도 2차 추경을 통해 세수결손을 보전한 선례가 있다. 이에 5월 임시국회 혹은 21대 국회 출범 직후 정부가 경기 대응과 세수결손 보전용 추경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추경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특단의 지원 대책이 파격적 수준에서 추가로 강구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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