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당 ‘마이웨이 공천’ 논란]
한 대표 “18일 최고위서 재의 요청” 요구 다 받아들이진 않을 듯
“법적 다른 정당, 공천 개입 못 해”… 통합당 뾰족한 수 없어 고민
미래통합당이 스스로 놓은 덫에 빠졌다.
통합당은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해 4ㆍ15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20석쯤 더 차지하려 했다. 공직선거법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대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이 쏠리는 것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설계된 만큼, 사실상 ‘한 식구’인 소수 정당을 만드는 꼼수를 쓴 것이다. 미래한국당 공천에 손을 뻗어 ‘통합당 사람들’을 대거 당선시킨 뒤 21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으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것이 통합당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통합당 출신의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한 식구’ 되기를 돌연 거부하면서 통합당의 스텝이 단단히 꼬이게 됐다.
한 대표는 16일 ‘마이웨이 공천’으로 통합당을 발칵 뒤집었다. 미래한국당에서 흘러나온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담긴 메시지는 ‘통합당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 한 대표와 그가 선임한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이 추천한 인물들이 당선 안정권 순번(20번 전후)을 대부분을 차지했다. 통합당은 “자질이나 상징성 면에서 제1 야당을 대표한다고 내세울 수 없는 인물들도 여럿 포함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재검토’를 정식으로 요청했지만, 한 대표는 17일 통합당의 면담 요구를 물리쳤다. 그는 이날 저녁 본보 통화에서 “내일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공관위에 일부 명단 재의 요청을 하겠다”면서도 “결정은 공관위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을 1번으로 공천하길 바랐는데, 그가 당선 안정권에서 빠진 건 나도 아쉽다”고 했다. 명단을 수정한다고 해도, 윤 전 관장을 포함해 통합당 요구를 극히 일부만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또 “16일 황교안 대표와 전화통화를 했고, 아직 만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문제는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대놓고 압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다른 정당의 공천에 개입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 또 ‘미래한국당과 짜고 치려 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시인할 수도 없다. 공병호 위원장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역사상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고 객관적 공천이 이뤄졌는데, 통합당의 공천 반발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시치미’를 뗀 것은 통합당의 복잡한 처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눈 앞에서 20석을 잃게 된 통합당은 전전긍긍했다. 박완수 사무총장 주재로 열린 17일 대책회의에선 통합당이 자체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방안이 논의된 데 이어 황 대표에 보고됐다. 그러나 통합당이 소속 비례대표 후보를 직접 공천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에 약 5명의 당선자 밖에 내지 못한다. 약 30일 남은 총선 일정상 제2의 미래한국당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이 자체적으로 비례대표를 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가급적이면 우리가 계획한 대로 정상적인 자매정당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이 코너에 몰린 것과 관련, 황 대표가 한 대표나 공 위원장을 미리 달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실책이라는 지적도 당 안팎에서 나왔다. 한 대표가 ‘마이웨이’를 택할 신호가 여러 차례 감지됐는데도 황 대표가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한편, 통합당에 영입됐다 미래한국당으로 옮긴 뒤 비례대표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성명서를 내고 “황 대표는 미래한국당과 자매정당의 길을 계속 갈 것인지를 밝히거나 통합당만의 비례대표 절차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통합당의 꼼수로 인한 여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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