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은 기업의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 색상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컬러 마케팅이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통신사별로 고유의 휴대폰 단말기 색깔을 정해 판매 경쟁에 뛰어들거나, 국내 자동차 업계가 개성 넘치는 색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는 게 이 마케팅 기법에서 나왔다.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지자체도 도시이미지를 상징하는 도구로 색깔을 활용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미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옐로우 마케팅’을 들고 나온 전남 장성군이다. 광주에서 장성으로 넘어가는 장성 진입도로(국도 1호선) 초입엔 강관파일로 제작된 가로 34m 높이 28m 크기의 옐로우 게이트가 세워져 있다. 왕복 4차선 도로 위를 가로질러 설치된 이 관문은 “호남의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장성의 꿈과 희망을 형상화한 것인데, 그 중심엔 노란색이 덧입혀져 있다. 한국의 전통색인 오방색(적ㆍ청ㆍ황ㆍ흑ㆍ백)의 중심은 황색이 자리잡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심 건물과 담벼락 곳곳엔 해바라기꽃(벽화)이 피어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다. 지난 1일부턴 군내버스(33대)도 버스디자인개선사업을 통해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 입기 시작했다. “노란색만으로도 사람들이 장성을 떠올릴 수 있게 됐다”, “도시가 따스하면서도 활기찬 느낌이 든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 했다. 노란색이 만들어낸 ‘옐로우시티’란 도시브랜드 효과다.
장성군은 2017년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특정 색을 관광자원으로 연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파란색)이나 그리스 산토리니(하얀색)처럼 도시 전체를 노란색으로 꾸미기로 하고 옐로우시티 브랜드를 만들었다. 여기엔 장성의 젖줄인 황룡강(黃龍江)이 모티브가 됐다. 군 관계자는 “누런 황색은 금색을 연상케 해 부(富)를 부르는 색으로 알려진 터라, 옐로우시티 브랜드엔 장성이 ‘부자도시’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지역에 노란색을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생태색채도시 조성을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황룡강(3.2㎞) 양쪽 둔치에 해바라기, 황화코스모스 등 10억 송이에 달하는 노란꽃들을 심고 가을 축제인 ‘황룡강 노란꽃잔치’를 연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군이 강변에서 꽃축제를 하겠다고 할 때만해도 “괜한 짓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군은 황룡강 준설작업과 양쪽 둔치를 1m 가량 높이는 정비사업을 통해 하천 범람을 막고 꽃길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군은 “당시 황룡강 스토리에 꽃길을 접목하면 관광객들에게 먹힐 것으로 봤다”고 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축제 기간 매년 100만 명이라는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한 마디로 대박을 친 것이다. 실제 군은 지난해 10월 가을 태풍 영향으로 노란꽃잔치 기간을 축소했는데도, 300억원 규모의 경제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군이 동신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노란꽃잔치 경제효과 분석 결과 전체 방문객 100만2,986명 가운데 외지인의 소비 규모는 299억9,000만원으로 전체 수익의 87%를 차지했다. 외지 방문객은 89만3,661명으로 전체 방문객의 89%를 차지했으며, 이들의 1인 당 평균 지출비용은 약 3만5,000원이었다.
군은 주거복지사업에도 옐로우 마케팅을 도입했다. 지난해 3월 장성읍에 미래형 공공실버주택 누리타운 건물 외벽 곳곳에 노란색을 입히는 등 정주여건 조성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12월 기준 인구감소율(0.12%)이 도내 군 단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 전입자가 전출자보다 174명이 많았고, 합계출산율(1.78)은 전국 4위를 차지했다. 군은 이 같은 옐로우 마케팅에 힘입어 황룡강 꽃길에 대한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키로 했다. 또 황룡강 지류인 취암천의 인근에 5,000석 규모의 장성공설운동장을 연말까지 조성하고 강의 머리격인 황미르랜드에 테마공원을 꾸미는 등 황룡강 일대를 항구적인 관광명소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올해는 미래 장성 1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장성읍과 황룡강변 진입을 용이하게 해준 스마트 하이패스(IC) 신설과 국립심혈관센터 설립, 지역 특성의 먹거리 마련 등으로 사람이 모여드는 장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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