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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를 우습게 보나… 선거 20일 앞인데 정책공약집도 안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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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를 우습게 보나… 선거 20일 앞인데 정책공약집도 안 나와”

입력
2020.03.21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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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를 우습게 보나… 선거 20일 앞인데 정책공약집도 안 나와”

“현실성 없는 선심성 공약 판칠 것”

정당 공약 문의해도 ‘아직 모른다’

선관위가 공개한 ‘10대 정책’에는

예산 산출 과정 등 근거 빠져 있어

“선거가 20일도 안 남았는데 정책공약집이 아직도 안 나왔어요. 정당들이 유권자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를 보여주는 거죠.”

지난 18일 한국일보와 만난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올해 4ㆍ15 총선에 나선 정당들을 “오만하다”며 싸잡아 혹평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선거공약을 전문적으로 분석ㆍ평가해 온 시민단체다. 이 사무총장은 “통상 총선 전에는 각 정당이 100~300개의 공약이 담긴 정책공약집을 냈는데, 올해는 감감무소식”이라며 “거대 양당에 정당공약이 몇 개인지 문의했는데, 본인들조차 아직 모른다고 답변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마침 각 정당이 21대 총선 10대 정책을 공개한 날이기도 했다. 이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정당들이 공약집을 내지 않자 보다 못한 선거관리위원회가 10대 정책 발표라도 해달라고 해서 겨우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마저도 공약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 산출과정은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 사무총장은 올해 총선을 두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역대 최악의 선물보따리를 풀어놓는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혼란까지 더해져 정책연구가 매우 더디기 때문에 후보들이 황당할 정도의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이라도 정당과 후보들이 입법공약을 연구해 발표하고, 유권자들이 이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정책과 공약 중심의 선거문화를 만드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이 코로나19로 인해 거리유세 등 대면접촉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있지 않느냐”며 “이참에 확성기를 이용한 시끄러운 선거운동, 시장을 활보하는 ‘서민 코스프레’ 선거운동을 지양하고, 차분하게 철학과 정책대안을 토론하는 선거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공약 완료율을 높이기 위해 총선 후보들로부터 의정활동계획서를 받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의정계획서 작성은 공약 완료율을 높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며 “후보 입장에서도 4년간의 그림을 미리 그려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정당, 후보, 유권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기가 두 달여 남은 20대 국회의원들의 공약 제시와 이행 정도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그는 “20대 의원들의 입법공약은 전체 공약 대비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약의 대부분은 조성ㆍ유치ㆍ건설 등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건 유권자들에게 선물보따리를 안겨준다는 측면에서 막걸리와 고무신을 주고 표를 사던 과거 후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권자에 대해서도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개발공약을 내건 후보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마치 세탁기(입법부)가 절실히 필요한데 실제로는 냉장고(개발로비스트)를 충동 구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설명이다. 이 사무총장은 “필요와 욕망을 구분하지 못하면 올바른 일꾼을 뽑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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