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ㆍ유럽 모임자제령 무시하고
여전히 파티 즐기는 젊은이들
“방역 구멍에 노장년 위기감 고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이제 단순한 질병이 아니다. 감염병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다양한 사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서구사회에선 ‘세대 전쟁’이 불 붙을 조짐이 뚜렷하다.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며 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자유를 중시하는 젊은이들에게 먹혀들 리 없다.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노ㆍ장년층은 청년들의 무지한 시민의식을 비판하고, 이들은 다시 기성세대의 과도한 통제에 맞서면서 사회 갈등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와의 싸움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으로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을 지목했다. 신문은 “감염학자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2030세대의 반발을 점점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바이러스를 대하는 세대 간 인식 차이는 정부의 방역 노력을 허사로 만들고 고령의 기저질환자들을 더 큰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내 지역감염이 연일 확대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10명 넘게 모이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 등 대도시의 술집과 음식점들은 여전히 마스크도 쓰지 않은 손님들로 넘쳐난다. 미 명문 대학의 상징 ‘아이비리그’ 학생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WSJ는 원격수업 방침이 발표된 이후에도 프린스턴대 캠퍼스 안에서 파티와 모임이 폭발적으로 늘어 학교 측이 징계 경고까지 내놨다고 전했다.
청년층이 코로나19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지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부머 리무버(Boomer Remover)’라는 해시태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부머는 베이비부머(56~74세)로 대표되는 기성세대를 상징한다. 감염병은 속된 말로 ‘꼰대들이나 제거(remove)’하는 남의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질병 전문가들은 젊은세대도 얼마든지 코로나19에 걸리고, 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해 국가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이날 “20~40대 젊은 환자들이 중태에 빠지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다”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보고서가 나왔다.
중국을 넘어 코로나19의 진앙이 된 유럽에서도 개인주의로 무장한 청년들의 일탈이 계속되고 있다. 독일 정부가 모든 클럽과 술집에 휴업령을 내린 14일 당일, 수도 베를린에서만 63곳이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됐다. 결과는 무더기 감염이었다. 베를린 보건당국은 이튿날 클럽에서 4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했다. 루츠 라이흐센링 베를린 클럽운영자협회 대표는 “‘어차피 (코로나19에) 걸려도 죽지 않는다’는 정서가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 정부의 경고를 귀 담아 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전 국민 자가격리를 강제한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에서는 ‘비밀 파티’가 성행하고 있다. 적발 시 벌금이 부과되거나 심지어 징역을 살 수도 있지만 자유를 숭상하는 서구권 청년들에겐 엄포 정도에 불과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친구들과 모임을 즐기다 인터뷰에 응한 한 10대 소녀는 “질병 때문에 삶의 방식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악수도 키스도 포옹도 없는 사회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젊은이들의 낮은 연대의식을 질타하면서 세대 간 갈등은 한층 수면 위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상황의 위중함을 경고하는데도 많은 이들이 별 일 아니라는 듯 공원 시장 레스토랑에 모여 외출자제 권고를 무시하는 것을 봤다”며 “연대와 책임감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앞서 11일 코로나19 관련 첫 기자회견에서 “청년들은 조부모를 생각해서라도 새로운 제한조치에 따라달라”고 호소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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