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숱한 논란 끝에 4ㆍ15 총선에 내세울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시민을위하여’라는 친문 성향 정당은 21일 ‘더불어시민당’으로 이름까지 바꿀 예정이다. 지난해 연말 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포함된 공직선거법 개정 취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한배를 탔던 정의당은 합류를 거부하며 민주당의 행태를 성토하고 있다. 비례연합정당 파트너로 거론되던 녹색당 등도 민주당의 잘못을 지적하며 판을 떠났다.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인사 중엔 과거 성추행으로 기소유예 판결을 받았던 사람과 유사역사학 주창자까지 포함돼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민주당 주도의 비례연합정당 구성과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아보기 위해 본보 국회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습니다.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이런 결정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연두 담쟁이(이하 담쟁이)=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큰 배경이죠. 문제는 '이기는 법'에 대한 다수론이 조금씩 달라졌다는 점이죠.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공개 메시지는 '비례당은 반칙'이었어요.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위성정당 추진을 비판하던 지도부 의원들은 입을 모아 "민주당은 편법을 안 쓴다"고 외쳤죠. 그만큼 자신도 있었던 것 같아요.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비례당 반칙으로 20석을 더 가져가더라도 방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었죠. 그런데 총선에 임박할수록 '이대로는 안 된다', '안전하게 가자' 등의 위기론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어요. 원내 1당을 빼앗기는 것도 문제지만 미래한국당이 개별 교섭단체로 활동할 경우 21대 국회 운영이 쉽지 않다는 논리가 추가됐죠. 여기에 통합당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추진' 언급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해요.
여의도 뚜벅이(뚜벅이)= “이기기 위해서인데 무슨 명분이 필요하냐”는 게 민주당의 논리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21대 국회 1당 사수가 지상과제입니다. 1당을 뺏기고 연쇄적으로 국회의장까지 내주면 국정 공백과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일찍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컸죠.
돌아봐=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 곳곳에서 쏟아지는데도 이런 결정을 한 속내는 무엇인가요.
담쟁이= '지지자 중심의 선거' 전략 때문인 거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정권을 보필하는 방식은 외부의 우려를 전달하기보다는 모양새가 다소 문제적이더라도 '원팀'으로 뭉친다는 것이었거든요. '적폐 청산을 위해', '검찰 개혁을 위해', '정권 연장을 위해' 핵심 지지자들이 원하면 '고(Go)' 한다는 건데요. 확실한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선택지를 대의명분 때문에 굳이 고사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 핵심 지지자들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거죠.
뚜벅이= 총선에 패배한다고 가정하면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앞으로 2년간 국정 공백 상황이 뻔히 예상됩니다.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여당의 힘이 약해지면 사안마다 야당에 발목이 잡힙니다. 식사 자리에서 “현실 정치에 명분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죠. 그리고 정치는 혼자가 아닌 상대가 있는 게임입니다. 상대가 반칙을 했을 때 같이 반칙을 하게 되면 비난은 상쇄될 것이라는 생각도 민주당에 있지 않았을까요.
돌아봐= 민주당이 처음에 얘기되던 시민사회 원로 주도 ‘정치개혁연합’이 아닌 시민을위하여와 손을 잡고 더불어시민당을 꾸린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는데요.
떡볶이 처돌이(처돌이)= 사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판은 정치개혁연합 쪽에서 먼저 깔았습니다.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는 민주당의 명분을 내세우기 좋은 구도였죠. 하지만 함께 하기 좋고 편한 '민주당식 비례연합정당'이 돼 버렸으니 정치개혁연합 쪽에선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뚜벅이= 정치개혁연합과 함께 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는 민주당 내에서 이미 감지됐습니다. MT를 가는데 까칠한 선배랑 같이 앉고 싶을까요 싹싹한 후배랑 앉고 싶을까요. 창당, 후보 선출, 복당 등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에서 잡음이 나지 않고 민주당이 하자는 대로 할 것 같은 상대방을 고른 셈입니다.
돌아봐= 녹색당과 미래당 등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정당 참여를 검토했다가 중단하는 소수 정당들은 왜 분노한 건가요.
처돌이=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의 발언 때문인데요. 15일 비례연합정당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윤 총장이 "이념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라든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의 연합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어요. 현장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선 '헉' 소리도 나왔어요. 녹색당은 당헌에 성소수자 등 소수자를 보호하겠다는 이념을 담은 정당이고, 또 비례대표 후보 중에는 트랜스젠더 후보도 있었거든요. 소수 정당들은 이런 수준의 인권 감수성을 가진 민주당과는 정책을 논의할 수 없겠다며 독자노선을 선언한 거죠.
정릉 막걸리(막걸리)= 일각에서는 이념과 성소수자 문제는 표면적 명분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애초에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고 통제하기 쉽지 않은 정당과 손 잡을 생각이 별로 없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돌아봐=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주도한 더불어시민당은 총선 비례투표에서 성과를 낼까요.
막걸리=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원내 1당 지위를 무난하게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민주당 자체 시뮬레이션에서 지역구 130석, 비례정당 19석 등 총 149석으로 미래통합당(137석)을 크게 따돌린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죠. 하지만 비례정당 창당에 따른 범여권 분열, 중도층 민심 이반 등 변수가 많아 민주당 예상대로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예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 “지도부가 선거 판세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어요.
담쟁이=최근 지지율과 개정 선거법을 바탕으로 의석수를 추산하면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비례정당까지 포함해 전체 의석의 87% 정도를 싹쓸이 한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반칙과 꼼수 논란에도 핵심 지지층은 변심하지 않는다는 가정이죠.
돌아봐=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주도하는 열린민주당도 사실상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과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은데 분위기가 어떤가요.
담쟁이= 민주당은 "우리와 그쪽은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어요. 하지만 민주당 핵심 지지층 표심 중 일부는 열린민주당으로도 상당 부분 향할 거에요. 문재인 청와대에서 최근 사표를 낸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 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 등을 지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도 후보자 명단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니까요. 어찌 보면 '비례 위성당'의 말만 나와도 "절대 안 한다"며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던 민주당이 결국엔 두 닮은꼴 위성정당을 곁에 두고 선거를 치르게 된, 참으로 아이러니하고도 씁쓸한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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