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기저질환이 없는 17세 고등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다가 지난 18일 숨진 사고와 관련해 치료를 맡았던 영남대병원의 병원장이 사망원인 조작설을 부정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됐지만 확진판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진단서 작성 경험이 많지 않았던 전공의가 사망진단서에 ‘코로나 폐렴’을 기재해 발생한 오해였다는 설명이다.
김성호 원장은 2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망진단서가 그렇게 발급된 사실을 2시간 뒤에 알고, 제가 전공의에게 수정을 권유했다”면서 “(폐렴으로 수정한 것이) 더 정확하게 쓴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유족에게 나중에 신종 코로나 감염이 확실해지면 그렇게 써주겠다고 설명했고 유족도 수긍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나도는 사망원인 조작설을 반박한 것이다.
◇음모론에 “원래 양성판정 없었다”
일부 네티즌은 영남대병원이 신종 코로나 양성판정을 내렸지만 정부가 뒤늦게 음성판정으로 바꿨다는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 영남대병원은 신종 코로나 감염을 의심해 13차례나 검사를 시행했고, 마지막 검사에서 ‘미결정’ 판정이 나오자 환자가 사망한 이후 질병관리본부에 결과 검토를 요청했다. 이후 질병관리본부와 대학병원 2곳에서 개별적으로 검사를 실시해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아니란 사실을 확인했지만 일각에선 이런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사망진단서 논란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마지막 검사가 (양성과 음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미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병원이 질병관리본부에 검토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양성 판정이 나온 사실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내부에서도 토론이 있었다”면서 “신종 코로나가 아니라도 그 연령대 환자 가운데 매년 1, 2명은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 염증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을 보이면서 급격하게 사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를 의심하는 의료진이 다수였기에 신종 코로나를 의심하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치료했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폐렴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도 진행했지만 환자의 상태가 단기간에 악화하면서 모든 검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정확한 사인을 알려면 부검이 필요했지만 가족이 원하지 않았다.
◇해당 검체만 오염돼… 진단검사 재개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9일 영남대병원의 실험실이 오염됐거나 기술적 오류가 있어서 마지막 검사 결과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영남대병원의 검사를 잠정 중단시켰다. 다음날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이후 오염은 일시적 문제였다고 판단하고 실험실을 정상화해 검사를 재개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영남대병원의 검사 능력과 기존에 수행한 검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김 원장은 “정부 조사대로 오염은 일시적 문제였다”면서 “영남대병원의 검사능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남대병원이 22일까지 수행한 검사 횟수는 5,300여건으로 전국 어느 기관보다 많은 상황에서 검체가 오염되는 일회성 사고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병원이 재검토를 요청한 가운데 질병관리본부가 어떤 협의도 없이 먼저 “실험실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한 부분은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김 원장은 “전쟁 중에 실수가 있을 수 있고 토론해서 문제 없이 검사를 할 수 있는데 갑자기 (정부가) 검사 중지 명령을 내리니까 전국에서 수행되는 검사 전체에 대해 국민이 믿지 못하게 됐다”라면서 “병원 직원들은 어이 없고 너무나 허탈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다만 김 원장은 “지금 와서 누구의 책임을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코로나라는 적과 싸우는 것이지 기관끼리 싸울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