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병상 확보ㆍ환자분류 체계 호평
정부 주도 단일 건강보험 체계 등
한국 ‘의료시스템 일원화’ 칭찬
“병상 확보 문제도 한국에서 배우자.”
한국의 신속ㆍ정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능력을 호평한 외신이 이번엔 병상과 의료기구 확보 등 치료 시스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진단 방식을 넘어 사망률을 크게 낮춘 한국의 성공적인 관리 체계를 들여다 보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국의 확진 환자가 3만명을 넘어서면서 심각한 인공호흡기 및 병상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며 해결책으로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주목했다.
신문은 먼저 우리나라의 누적 확진자 대비 사망 비율을 뜻하는 치명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현재 한국의 치명률은 1.17%로 독일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 그 이유로 선진국보다도 한국이 병상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시됐다. 2017년 기준 한국 병원들의 병상 수는 1,000명당 12.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7개)의 3배에 달한다. 미국은 3개도 안 되는 실정이다.
증상에 따른 선별적인 입원 정책도 사망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 한국은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하거나 고령층을 우선 병원에 입원시켜 집중 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달 1일부터 확진자를 △무증상 △가벼운 증상 △심각 증상 △위중 환자 4가지로 분류해 심각 이상만 입원을 허용했다. 그러자 확진자 10%만 중환자실에서 24시간 집중 치료를 받게 돼 치명률을 크게 낮췄다는 분석이다.
자연스레 병상 부족 문제도 해소됐다. 8일만 해도 대구 코로나19 전체 확진자의 40%(2,200여명)가 병상을 기다렸지만 2주 후 숫자는 124명으로 확 줄었다. 반면 미국은 병상도 부족한데 증상이 심각한 환자가 집에 머물러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WSJ는 “한국은 병상을 기다리는 동안 숨진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의사ㆍ간호사가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 사례도 없다”고 전했다.
한국의 ‘의료시스템 일원화’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외신이 칭찬하는 대목이다. 민간업체가 의료보험을 운영하는 미국과 달리 정부 주도의 단일 건강보험 체계 덕분에 대규모 감염병 검사가 가능했고, 코로나19 확산세를 억제했다는 것이다.
의료진의 희생도 빠질 수 없다. WSJ는 한국 의료진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마스크(8시간 이상)와 보호복(2시간 이상)을 착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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