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연기 방안 등 4주 내 결론”
캐나다ㆍ호주 등 “7월 개최 시 불참”
트럼프 “美 참가 아베 결정 따를 것”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를 결정할 경우 수용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예정대로 7월 개최를 주장해온 아베 총리가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OC는 22일(현지시간) 임시이사회에서 도쿄올림픽 연기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4주 이내에 매듭짓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IOC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내가 말씀 드렸던 ‘완전한 형태로 실시’ 정책에 부합한다”며 “만약 그것이 어려운 경우 선수 여러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연기 판단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취소가 선택지에 없다는 건 IOC도 마찬가지”라며 도쿄올림픽의 취소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어젯밤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에게 내 생각을 얘기했고, 모리 회장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도 내 판단을 지지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리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상 개최를 위해 걸어왔지만 국제 정세가 변화하고 있다”면서 “여러 곳에서 이런저런 목소리가 있는데 ‘최초 계획대로 한다’고 할 만큼 우리는 어리석지 않다”고 말했다. 올림픽 강행 의지를 꺾지 않던 야마시타 야스히로(山下泰裕)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위원장 역시 이날 “선수들의 안전과 안보 측면에서 연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왔다”며 일정 변경 쪽에 무게를 뒀다.
IOC는 이날 임시이사회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와 일본 정부, 도쿄도와 협력해 세계 보건 상황과 올림픽에 대한 영향 평가를 완료하기 위해 연기 방안을 포함한 세부 논의를 시작해 4주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IOC도 “취소는 의제가 아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도쿄올림픽 개최 논란과 관련한 결론은 4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IOC와 개최 연기에 공감하고 있음을 내비쳤고 양측 모두 취소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어 연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BBC방송은 “규모 축소보다는 몇 달 또는 1년 연기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일본 정부와 IOC가 연기로 급선회한 것은 예견된 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라 선수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기 때문이다. 캐나다와 호주ㆍ뉴질랜드 등은 이날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면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노르웨이ㆍ브라질 등은 IOC에 개최 연기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가 미국을 끌어들여 사전정지 작업을 벌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아베 총리와의 12일 통화 당시 도쿄올림픽 연기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 화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아베 총리의 ‘완전한 형태로 실시’ 주장을 지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미국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 여부는 아베 총리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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