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편 예약과 강화된 입국절차, 수용시설 검사까지 ‘귀국길도 고생길’
독일 뮌헨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지난달 초 출국했다가 22일 급히 귀국한 A(29)씨가 독일 상황과 귀국과정을 생생히 본보에 전했다. 그가 한 달 보름만에 서둘러 한국에 돌아온 것은 독일과 유럽을 뒤덮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A씨는 23일 “4월 입학 후 개강할 예정이지만 이번 학기는 온라인 강의로 대체됐고, 비자 문제도 풀리지 않는데다 신종 코로나도 무서워 귀국하게 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초 여행 비자로 출국했던 A씨는 입학과 동시에 학생비자를 발급받으려 했지만 독일 비자청은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개학도 하기 전에 이미 문을 닫아 걸었다.
고민 끝에 귀국을 결심했지만 한국행도 쉽지 않았다. 독일 주변 일부 국가에서 국경 봉쇄령을 내리고 항공편도 줄어들면서 비행기표는 금값이 되고 있었다. A씨는 “항공사 측에서 환불과 취소를 우려해 신용카드 결제는 받지 않고 현금만 원했다”며 “잠시 고민하는 사이 티켓 가격이 20~30만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독일 내 열차편도 줄면서 우리나라 직항이 있는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A씨는 21일 부랴부랴 뮌헨공항을 출발,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22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뮌헨을 떠나 귀국에 걸린 시간은 17시간이었다.
인천공항에서는 문진과 발열 체크 등을 하느라 입국수속에 3시간이 걸렸다. 유럽발 한국행 입국자 전원에 대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가 시행된 첫 날이었다. 일부는 새로 바뀐 입국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해 방역당국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A씨는 “대부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지만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일부 공무원과 경찰이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A씨 등 80여명의 입국자들은 방역당국에 의해 경기 화성시 도로교통연구원에 수용됐다. 외국인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이들 입국자들은 신종 코로나 검체 검사를 했으나 23일 낮 12시쯤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해산했다.
A씨의 부모는 “혹시나 아이가 확진 판정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며 “양성 판정을 받았다면 대구 집에도 오지 못하고 또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생활을 할 뻔 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후 부모와 함께 자가용으로 대구에 내려온 A씨는 “독일에는 사재기 현상이 심각하다”며 “휴지와 손소독제, 파스타면, 쌀, 비누는 마트에 남아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일 현지인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었다.
독일 현지 유학생과 교민들도 귀국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A씨는 “뮌헨 하숙집에는 독일어가 서툰 유학생도 많아 독일 상황을 불안해하고 있다”며 “동양인에 대해 따가운 눈총도 느껴져 귀국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자가격리 된 독일에서는 23일 현재 확진자 2만4,873명, 사망자가 94명이나 된다.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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