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n번방 ‘갓갓’ 단서 확보… ‘와치맨’은 작년 9월 검거
이른바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핵심 운영자 신원이 드러났다. 한국일보 취재 결과 박사방 운영자는 수도권 모 전문대의 컴퓨터 관련 학과를 졸업한 조주빈(25)씨인 걸로 확인됐다. 아울러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물 제작ㆍ유포 행위의 시초 격으로 알려진 ‘n번방’에 대한 경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n번방 최초 운영자로 알려진 ‘갓갓’에 대해서는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단서를 찾아 추적 중이다.
23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은 갓갓에게 n번방을 물려 받아 운영한 인물로 알려진 와치맨 전모(38)씨를 지난해 9월 말 검거해 구속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한 음란물 사이트에 불법 촬영물을 올린 혐의로 전씨를 붙잡아 조사하다 전씨가 텔레그램에서도 와치맨으로 활동했다는 것을 확인해 구속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19일 구속된 조씨보다 먼저 텔레그램에서 활동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갓갓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검거된 공범수사 등을 통해 갓갓의 것으로 추정되는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특정해 추적 중이다. 다만 사이버범죄가 차명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해당 IP 주소와 갓갓이 실제 일치하는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경찰은 조씨와 전씨 등 n번방 운영자와 유료 회원 등 124명을 검거했다.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텔레그램이 해외 메신저라는 점에서 애로가 적지는 않다. 텔레그램은 본사 소재지를 공개하지 않고 특정 아이디(ID)의 신원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과도 협력해 텔레그램 본사를 확인 중”이라며 “본사를 찾게 되면 외교적인 방법을 동원해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운영자와 유료 회원들이 신용카드나 계좌 거래가 아닌 가상화폐 거래를 한 탓에 추적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다만 경찰은 검거된 공범 수사 등을 통해 단순 시청한 이들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영상물을 소지하지 않더라도 대화방에 가만히 있으면서 영상을 시청만 한 것인지 아니면 ‘좋은 영상물을 공유해달라’며 교사하거나 방조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며 “디스코드 등 다른 매체에서의 성착취영상물 제작ㆍ유포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성인 성착취물을 촬영ㆍ배포하지 않고 소지만 한 경우는 처벌 조항이 없다. 다만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소지했을 때는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한편 경찰은 24일 신상정보공개 심의회를 열고 ‘박사’ 조씨에 대한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조씨는 재학 당시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학교 안팎의 사안에 대한 비판 기사를 다수 작성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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