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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피해자 “월 400만원 알바로 접근해 성착취 영상 40여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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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피해자 “월 400만원 알바로 접근해 성착취 영상 40여개 촬영”

입력
2020.03.24 13:37
수정
2020.03.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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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적인 말투…휴대전화 선물한다며 신상정보 빼내가”

점차 엽기적 수위 높여…“피해자 미성년자가 더 많을 것”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연합뉴스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연합뉴스

미성년자를 포함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n번방 사건’의 피해자라고 밝힌 여성이 24일 고액 아르바이트로 속여 신상정보를 털어내고 영상을 촬영하는 이른바 ‘박사방’의 범죄수법과 피해사실을 상세히 털어놨다.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A씨는 중학생이던 지난 2018년 생활고로 대화 앱(응용소프트웨어)을 설치해 조건만남 등을 찾던 중 ‘스폰 알바를 구하는데 월 400만원 정도 줄 테니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는 쪽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램으로 이동하고 계좌를 보내라는 지시를 받은 A씨는 그대로 따랐고 조주빈은 주식과 입금 예정 사진을 보내며 ‘주식을 빼는 데 5일이 걸리니 일단 믿고 나를 기다려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후 새 휴대전화를 선물해주겠다는 말에 A씨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보냈다며 “그때는 이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무심코 툭 알려줬다”고 떠올렸다.

A씨는 “처음에는 몸 사진만 요구하다 몇 시간 뒤 ‘얼굴까지 있는 걸 보내면 안 되냐’고 물었다”며 “부담스러우니 만나고 나서 돈 받고 하면 안 되냐고 하니 ‘내가 선물까지 사줬는데 그런 것도 못 해주냐’고 강압적인 말투로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하라는 대로 계속 했는데 갑자기 교복을 입은 다음 스타킹을 찢어달라, 학용품으로 자위행위를 해달라 등의 엽기적인 플레이를 시켰다”며 “처음 영상을 찍자마자 피가 나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너무 아프다고 보냈더니 10분 뒤에 ‘그래도 하라’고 답장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시에 따른 이유에 대해선 “이미 내 얼굴과 목소리, 개인정보가 이 사람에게 다 있는 상태이기에 그만둔다고 하면 협박을 할까 봐서”라고 밝히며 “영상이 40개 넘게 생겼는데 신체보다 마음의 상처가 커서 그때부터 아예 잠을 못 잤다”라고 토로했다.

A씨는 “조울증ㆍ우울증이 생겨 한동안 집 밖에도 못 나가고 스토킹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며 “밖에 나갈 때도 누가 알아보면 안 되니 여름날에도 꽁꽁 싸매 완전 무장하고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공유를 하면 이름, 전화번호, 주소를 다 적는다고 하더라”라며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이 다 아니까 협박을 하지 않을까, 평생 괴롭히지 않을까, 직장생활을 해도 꼬리가 계속 잡히지 않을까 하고 사건 이후 전화번호를 바꾸고 이사를 갔다”고도 덧붙였다.

A씨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으로 “10살짜리 아이에게 몸 사진을 보내주면 기프티콘 5만원권을 주겠다고 했던 것”을 꼽았다. 이어 “조건만남 어플이나 트위터 계정 대부분은 사용자가 학생이기에 개인적으로는 피해자 중 성인보다 사회생활을 아예 모르는 미성년자가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추측하기도 했다.

아울러 수도권 한 대학의 학보사 편집국장을 맡기도 했던 조주빈의 과거가 공개된 것과 관련해선 “앞에서는 선량한 척하며 뒤에서는 미성년자 포르노를 공개하고 협박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는 게 정말 화가 나고 미칠 것 같다”며 “자기 전에도 ‘만약 내 영상이 공개돼 바로 내일 아침 퍼져 있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 때문에 너무 겁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이 사람이 나와서 반성한다는 보장도 없고 감옥에서 평생 썩었으면 좋겠다”라며 피해자들을 향해 “이제서야 이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용기를 안 내면 다시 가라앉을 수 있으니 가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용기를 내주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이제 그만 힘들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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