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생활방역]
학교 문 열리면 감염 재확산 우려
가족 중 접촉자 있는 학생 거르고
정부도 재택근무 장기화 지원을
의료체계도 유행에 대비해 재정비
검사 속도 높이고 격리병실 마련
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번째가 환자가 발생한 이후 두 달이 흘렀습니다. 신종 코로나가 계절을 넘겨 유행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우리사회가 강도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기한 지속할 수는 없다는 걱정이 나옵니다. 정부가 대안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 가능한 수준에서 이어가는 ‘생활방역’을 제시한 가운데 전문가들과 함께 앞으로의 대응전략을 짚어봤습니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개학이 이뤄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활동성이 높은 소아와 청소년이 한데 모여 생활하면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쉽고, 이들을 통해 사회 곳곳으로 신종 코로나가 퍼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교육 공백을 방치한 채 일상을 멈추는 수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기한 지속할 수 없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정부는 이에 일상과 방역을 모두 놓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생활방역’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24일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국무총리 메르스 특별보좌관), 김태형 감염학회 신종감염병대책위원(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에게 개학 이후 본격화될 신종 코로나와의 장기전에 효과적인 생활방역의 핵심과 필요한 변화에 대해 물었다.
◇개학+해외 유입=장기화 불가피
국민이 개학을 위기가 끝났다는 신호로 잘못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산발적 유행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학은 확산세를 증폭시킬 수 있다. 교육부는 24일 개학하면 건강한 학생은 모두 면 마스크를 쓰도록 안내했으나 이런 지침이 지켜지기가 어렵다. 감염자의 비말(침방울)이 순식간에 교실을 오염시킬 수 있다. 최원석 교수는 “최근에 정부의 감염예방 지침을 검토했는데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을까 우려됐다”면서 “의료인도 근무시간 내내 마스크를 올바로 착용하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국제교류를 멈추기 어려운 점 역시 유행을 장기화한다. 김태형 교수는 “바이러스가 세계로 퍼진 이상 한국에서만 잘 대처한다고 유행을 멈출 수는 없다”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들어오는 감염자를 계속 감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방역목표를 세웠다. 감염자와 접촉자를 신속하게 찾아내 감염자 발생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한편, 중환자 치료를 강화해 사망률을 낮추는 것이다. 손영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홍보반장은 “감염환자의 규모를 줄이고 지속적으로 (의료체계 등을) 지탱해 나가면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방역=생활방식 전체의 변화
생활방역은 지속 가능한 사회적 거리두기다. 상당기간 모든 장소ㆍ상황에서 감염병 예방을 염두에 두고 생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황마다 지침을 만들기는 불가능한 만큼, 각자 개인위생수칙을 지키되 제도적으로 집단생활을 최대한 피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많은 사업장이 재택근무를 장기간 지속하도록 정부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김태형 교수는 “병원에서도 앞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한 부서, 인력이 얼마나 될지 회의를 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등교나 출근을 멈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약한 증상이 있어도 참고 출근하는 것이 미덕인 문화를 바꾸도록 정부가 기업과 학교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도 바뀌어야 한다. 신종 코로나 증상이 있거나 가족 가운데 접촉자가 있는 학생은 등교하지 말아야 한다. 또 백혈병이나 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는 학생은 통신교육 등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모든 학생은 등교하면서 발열과 증상 검사를 받아야 하고 가능하면 교실 내 착석 간격도 1m 이상 띄울 수 있으면 좋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손 씻기를 의무화하는 한편 단축수업을 실시해 학생들이 붙어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이다.
◇진단검사 속도 높여야
전문가들은 의료체계를 신종 코로나 유행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선별진료소와 안심병원체계 등 비상체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종합병원의 부담을 줄여야 신종 코로나 중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동시에 암 환자나 응급환자처럼 신종 코로나 이외의 종합병원 이용자도 포기할 수 없다.
김우주 교수는 먼저 진단검사 속도를 더욱 높여서 감염자와 접촉자를 더욱 빨리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전국에서 검사에 사용하는 유전자 검사법(RT-PCR)은 보건소 등 선별진료소에서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고 이를 각지의 검사기관으로 보낸다. 검사에는 최대 6시간이 걸리지만 이동시간 등이 더해진다. 환자의 접촉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현장에서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인구 5만명마다 안심의원 1곳을 지정해 검체를 채취하게 하고, 주변에서 현장검사를 시행한다면 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우주 교수는 “미국 현장검사는 결과가 45분만에 나오는데 이러한 기기와 진단키트를 RT-PCR를 보완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형 교수도 의원에 안전을 위한 장비가 보급된 상황을 전제로 현장검사가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김태형 교수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의 경우, 응급수술이 급한 환자에게는 (정확성은 떨어져도) 신속한 검사법이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의료체계 보호가 가장 중요
신종 코로나 유행이 길어지면서 의료기관의 ‘일반적 진료 기능’을 사태 이전만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병원 시설을 단기간에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중증질환자도 치료해야 한다. 또 응급환자가 신종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치료받지 못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감염내과 의사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의사가 선별진료소에 배치되는데 이들로서는 신종 코로나 환자를 구분하기가 어려워서 응급환자가 때를 놓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최근 30대 환자가 일주일 전부터 열이 났는데 신종 코로나 검사만 거듭하다가 진료를 받지 못했다면서 병원으로 밀고 들어왔다”면서 “진단해보니 급성신우신염이어서 일단 입원시켰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는 “병원 입장에선 환자를 받았다가 나중에 신종 코로나 환자로 확진판정을 받으면 모든 진료가 중단될 판이니 방어적일 수밖에 없다”라면서
김우주 교수는 진단검사 시간을 단축하는 한편, 의사들에게 신종 코로나 환자를 감별하는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형 교수는 “모든 의료기관에 신종 코로나 환자 분류소가 필요하다”면서 “결핵이나 독감과 신종 코로나를 구분할 수 있어야 응급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교수는 결국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정 감염병이 의심되는 환자라면 검사결과가 나오기 이전이라도 격리병실에서 치료하도록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병원의 구조도 바꿔야 하고 감염병 의심환자용 1인실을 운영하며 발생하는 비용을 누가 책임질지도 정해야 한다. 최원석 교수는 “무엇보다 격리병실을 운용하는 만큼 다른 질환 환자 몫의 병상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어떠한 환자용 병상을 줄일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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