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음란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했던 손모씨 다음달 출소
한국은 솜방망이 처벌… “클릭 1번 해도 징역 5년 넘는 미국 가라” 청원 등장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n번방 사건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박사방’ 운영자로 알려진 조주빈(24)의 신상이 공개되고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n번방 가해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강조하면서 과거 이와 비슷했던 사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n번방 사건보다 먼저 논란이 됐던 다크웹 아동 음란물 사건은 어떻게 됐을까.
한국, 미국 등 32개국 수사기관은 2017년 9월부터 공조 수사를 벌여 지난해 폐쇄형 비밀 사이트 다크웹에 개설된 세계 최대 아동ㆍ청소년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폐쇄했다. 이 사이트 이용자 300여명을 검거했고, 운영자였던 20대 손모씨를 체포했다.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 동영상 22만여건을 유통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약 4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2018년 9월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6개월 만에 풀려났다. 이후 2019년 5월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다시 구속됐다.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일주일 만에 상고를 포기하면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런 손씨가 다음달 출소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았지만, 1심 재판 과정에서 이미 6개월가량 수감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나라에 비해 처벌이 무거운 미국으로 송환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여러 개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23일 ‘유ㆍ아동 성착취 동영상 유통시킨 다크웹 손모씨의 미국 법무부 강제송환을 실행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이미 충분한 도피 자금을 보유했을 손씨를 이대로 출소시키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청와대가 진정으로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성범죄자의 강제송환을 망설일 이유가 있겠냐. 법무부가 손씨의 미국 강제송환을 제대로 처리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5만여명이 동의했다. 이 외에 같은 날 ‘곧 출소하는 다크웹 운영자 손모씨를 미국에 송환보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미국 텍사스주에서 검거된 한 이용자가 아동 음란물에 1회 접속하고 1회 다운로드한 혐의로 징역 5년 10개월을 선고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의 처벌이 너무 약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미국에서도 사이트 운영자가 징역 1년 6개월을 받은 사실에 주목하면서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손씨의 미국 송환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국제사법공조는 형사적인 부분과 외교적인 부분이 공존해 모든 걸 비공개에 붙인다”며 “송환 요청 여부, 송환 여부 등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