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솜방망이’ 처벌 관행 비판 목소리
검찰, 논란 커지자 “보강 수사…중형 가능하도록”
검찰이 미성년자를 포함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n번방의 전 운영자 ‘와치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구형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아동ㆍ청소년 성 학대물 100여개를 포함, 1만건이 넘는 음란물을 공공연하게 전시한 범죄의 처벌로는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원지검은 이달 19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박민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텔레그램 닉네임 와치맨을 사용하는 전모(38)씨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전씨는 한 음란물 사이트에 불법 촬영물을 올린 혐의로 조사를 받다가, n번방 최초 운영자로 알려진 ‘갓갓’에게 이를 물려 받아 운영한 인물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구속됐다.
전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는 또 음란물유포죄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이후 집행유예 기간 중에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전씨의 이 같은 구형량에 “디지털 성범죄를 보는 검찰의 안일한 인식을 반영한 결과”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국YWCA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양형 기준의 강화가 없다면 ‘박사’ ‘갓갓’ ‘와치맨’과 같은 가해자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씨의 실제 형량은 구형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므로 검찰은 법원의 권고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구형한다.
거센 비판 여론에 검찰은 “추가조사 등을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전현민)가 전씨 사건을 추가 조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전씨는 기소 당시 n번방과의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직접 음란물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구형한 것”이라며 “법원에 변론재개신청을 했고 추가 조사와 공판 활동을 통해 죄질에 부합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원지법은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다음달 6일 변론재개를 하기로 했다. 같은달 9일로 예정된 전씨의 선고 역시 미뤄진다. 현행법에 따르면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이를 배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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