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문제는 이란이 아니고 이쉬글이다.”(독일 지방정부 보건장관)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의 스키 명소인 이쉬글 지역이 유럽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뒤 본국에 돌아간 수백 명의 유럽인 관광객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다. 특히 자국민의 감염을 확인한 외국 정부가 공식 경고한 9일 뒤에야 오스트리아 당국이 리조트 영업 중단을 명령해 확산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오스트리아의 스키 리조트는 어떻게 유럽에 코로나19를 퍼뜨렸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티롤주(州) 이쉬글에서의 바이러스 확산 경로를 보도했다. 가장 먼저 지난 4일 아이슬란드 보건당국은 이쉬글을 찾았던 자국 관광객이 귀국 후 단체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이를 오스트리아 정부에 알려 경고했다. 티롤 당국으로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첫 기회였다.
그러나 티롤 당국은 이쉬글의 술집을 10일, 리조트는 13일에서야 뒤늦게 폐쇄했다. 대응에 미적거린 사이, 코로나19는 이쉬글을 넘어서 유럽 4개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날까지 이쉬글 방문자 중 독일에서 약 300건, 아이슬란드에서 8건 확진 사례가 발생했고, 노르웨이와 덴마크에서도 오스트리아 귀국자 중 확진자가 각각 549명과 298명 확인됐다. 오스트리아 내에서도 전체 감염의 4분의 1이 티롤 지역에서 발생했다.
스키를 탄 뒤 밤에는 리조트 내 술집ㆍ클럽 등 밀폐된 공간에서 파티를 즐기는 문화도 코로나 확산을 부추겼다고 CNN은 지적했다. 한 예로 덴마크 보건당국의 현장 조사에 따르면, 일부 확진자는 술집에서 ‘비어 퐁(Beer Pong)’ 게임을 하다 타액이 섞여 감염된 걸로 확인됐다. 비어 퐁은 술이 채워진 맥주컵에 탁구공을 넣는 놀이로, 이들은 손을 쓰지 않고 입에 물고 있던 공을 뱉어 컵에 던져 넣었다. 공도 재사용했다.
게다가 키츠로크(Kitzloch)라는 한 작은 술집에서는 바텐더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십여건 이상 집단 감염이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영국 BBC 방송은 23일 “키츠로크의 직원 한 명이 이미 2월 말부터 증상을 보였으나, 술집에서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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