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미국 사회를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는 상황에서, 장난스러운 ‘생방송 말싸움’으로 화제에 오른 유명인 형제가 있다. 앤드루 쿠오모(62) 뉴욕주지사와 남동생 크리스 쿠오모(49) CNN앵커가 주인공이다. 특히 동생과의 재치 있는 설전은 물론, 공세적인 코로나19 대처로 쿠오모 주지사는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쿠오모 주지사는 13살 차 남동생 크리스가 진행하는 CNN ‘쿠오모 프라임 타임’에 출연해 뉴욕주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설명했다. 방송 초반부터 둘의 설전은 시작됐다. 크리스 쿠오모 앵커가 “뉴욕주지사이자 제 형인 앤드루 쿠오모”라고 소개하며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주지사가 대뜸 미소를 지으며 “엄마가 나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 답한 것.
앞서 두 형제는 지난 16일에도 CNN 생방송에서 진지한 태도로 코로나19 대처 방안을 얘기하다 ‘누가 가장 어머니에게 사랑받는 자식인가’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여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역시 자신은 어머니의 ‘말 잘 듣는 자식’임을 강조하면서, 장난스럽게 동생의 신경을 긁은 것이다.
형제는 잠시나마 훈훈한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시간이 아직 있으니 걱정 마라. 아직 희망은 있으니까. 언젠가는 나처럼 클 수 있을 거야”라며 동생을 농담조로 격려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크리스 앵커는 “평생 형처럼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덕에 지금 여기(CNN 앵커) 있는 것”이라며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형도 “네가 나보다 낫구나. 자랑스럽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나 따뜻한 말도 잠시, 크리스 앵커는 “내가 형보다 낫기는 하죠. 농구장에서만큼은”이라며 다시 시비를 걸었고, 쿠오모 주지사는 눈을 치켜 뜨고 정색을 하면서 “전혀 아냐. 거짓말하지 마라”고 되받았다. 크리스 앵커는 “아빠가 그랬잖아. 형은 엄청난 능력자이고, 여러 면에서 축복받았지만 손은 바나나 같아서 공을 잘 못 다룬다고. 다 아는 얘기 아니냐”라며 놀렸다. 형은 억울한 표정으로 “돈 걸어라. (농구장에) 데리고 나가서 혼쭐을 내주겠다”고 응수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은 16일 방송에 이어 이날 생방송 영상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고 보도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쿠오모 보이즈(형제)는 지금 미국에게 가장 필요한 만담꾼들”이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착잡한 미국인들에게 이들 형제가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숨통을 열어주고 있다는 얘기다.
쿠오모 주지사는 미국 전역서 뉴욕주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가장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고 거침 없는 일일 브리핑과 공세적인 대응 조치로 오히려 지지 여론을 끌어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항마’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다. 24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앤드루 쿠오모, SNS 슈퍼스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평론가들은 쿠오모 주지사의 종종-거친 리더십 방식이 현 위기 상황에서는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에 대한 관심은 SNS에서 폭증하고 있다. 쿠오모 주지사의 트위터 팔로워는 지난 3주 동안 86만3,000명에서 110만명으로 31% 급증했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5만6,000명에서 9만2,000명으로 무려 64% 증가했다. 폴리티코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를 비롯해 위기 상황에서 연방정부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고, 존재감을 확보한 몇몇 주지사들은 향후 그들의 정치 인생에도 (긍정적) 영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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