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협조 등 고려한 듯
2심도 징역 1년 이하 전망… “솜방망이 처벌”
성착취 영상물이 공유된 ‘n번방’의 핵심 운영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켈리’(텔레그램 닉네임)가 과거 법정형에 한참 못 미치는 징역 1년을 선고 받았음에도 검찰이 항소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게 주된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n번방’ 사건의 전모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신씨는 ‘n번방’을 처음 만든 ‘갓갓’에게 해당 대화방을 넘겨받아 운영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켈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신모씨는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ㆍ배포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ㆍ청소년 관련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 2,397만여원 추징이 선고됐다.
범죄 혐의에 비해 낮은 형량이었고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에도 못 미쳤지만,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 신씨가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텔레그램은 서버가 해외에 있어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렵다. 경찰에 입건된 신씨는 수사 초기부터 자신의 혐의를 모두 자백한 뒤, 텔레그램을 이용한 불법 촬영물 유통, 판매, 수익 등 범죄의 구조, 다른 음란물 대화방 운영자들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의 정보 제공은 실제 수사 성과로 이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역시 이 같은 점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사 도중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고, 수사기관에 텔레그램을 이용한 음란물의 유통방식을 알렸으며, 점조직 형태의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의 유포자 등을 검거하거나 추적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기여했다. 이러한 정상을 특별히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씨가 범죄 혐의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형량을 받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신씨가 소지한 것으로 조사된 아동ㆍ청소년 이용 음란물은 9만1894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2,590개를 판매해 상품권과 사이버머니 등 2,500만여원을 챙기기도 했다. 아동청소년보호법은 아동 등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판매, 제공, 소지하는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신씨에게 선고될 수 있는 최대 형량은 징역 1년으로 줄었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의 경우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신씨에 대한 선고는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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