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에서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자 지난 2월 24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는 야생동물 거래와 식용을 전면 금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2017년 중국공정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야생동물 관련 산업의 규모는 우리 돈으로 9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최근 20년 발생한 신종 질병의 70% 이상이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인구 증가와 야생동물 서식지 감소, 대규모 야생동물 거래로 사람과 가축, 야생동물 간의 접촉이 급증함에 따라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형태로 변이할 확률 또한 높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야생동물과의 접촉과 무분별한 거래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동물원에서 동물과 관람객 간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 몸을 숨긴 동물을 찾아봐야 하는 국제적 추세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는 ‘체험’의 장소로 전락했다. 2019년 기준으로 환경부에 등록돼 운영 중인 110여 곳의 동물원 중 공영동물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체험형 동물원이나 실내동물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심지어 어린이집, 학교,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으로 동물을 데리고 와서 전시하는 이동동물원이 공공연히 운영되고 있지만, 법에서 동물원으로 인정하는 고정 시설이 아니기에 정부의 관리감독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지난 3년 동안 이러한 ‘유사동물원’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면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관람객이 야생동물과 접촉하는 방법과 수위, 빈도는 질병 감염의 위험성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다양한 동물을 안고 입을 맞추는 장면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고, 사람과 가장 많은 병원체를 공유하는 원숭이의 손을 입에 가져가 넣는 행동도 관찰할 수 있었다. 먹이주기 체험을 하면서 동물의 입에 들어갔던 당근을 입으로 가져가 먹는 어린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생태계에서는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여러 종의 동물을 합사해 기르는 환경도 이종간 바이러스 변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환경이다.
야생동물이 마음대로 만지고, 안고, 먹이를 주는 대상이라는 인식은 곧 희귀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려는 수요로 이어진다. 아직도 서울 청계천 주변에는 희귀동물을 파는 판매업소가 성업 중이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우리나라 토종종부터 외래종까지 다양한 야생동물을 아래위로 쌓은 케이지에 넣고 거리에서 판매하는 모습은 코로나19 발생지로 지목된 중국 화난수산시장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희귀동물을 거래하는 포털사이트 카페에선 사향고양이나 과일박쥐 등 바이러스 숙주로 알려진 야생동물을 분양한다는 광고 글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라쿤, 미어캣 등 외래종 야생동물이 도심에서 배회하다 발견돼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하는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미 야생동물이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야생동물의 개인 소유를 대체로 금지하는 대다수 국가와 달리 아직 우리나라는 일부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야생동물을 판매하고 기를 수 있다.
사람과 동물과 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원헬스(One-health) 개념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원칙이 되었다. 중국의 식문화만큼, 아무 야생동물이나 손으로 ‘체험’하고 ‘분양’받아 기르는 우리 사회는 문제될 것이 없는지, 더 늦기 전에 제도적인 미비점을 돌아보고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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